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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 와이프 - [리뷰] 대신 살아보니 어때?

효준선생 2015. 9. 18. 07:30

 

 

 

 

에 죽은 조상을 보면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한 대체로 불길하다고 여겼다. 그런 연유로 그날은 무척이나 근신하면서 보내는 걸로 생각했다. 차조심, 물조심 그러다 하루가 다 가고 나서야 한숨 돌리며 별거 없네 개꿈이었나 보다며 한숨을 내쉬게 되는데 바꿔 말해 조심스레 보낸 그 하루가 그래서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게 바로 조상이 알려준, 오래 더 사는 길 아니었을까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공포물이라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경우도 많다. 노골적으로 흰옷에 산발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어째 좀 이상하다 싶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반대로 웃음 코드가 가득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최루성 드라마가 강렬하니 영화 미쓰 와이프는 영어 제목처럼 끝내주는 악몽이 더 맞는 말이었을까? 勤愼이라는 말은 살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남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건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는 건 아닌지 두루 살펴보라는 뜻이다. 늘 바쁘게만 살다 보면 그런 가치를 잊게 마련인데 잃지 않았다면 언제든지 만회할 기회는 있는 법이다.

 

 

 

잘 나가가는 여성 변호사, 대기업의 후원도 있고 능력이 있는 골드 미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날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혼수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들은 그녀에게 상상 밖의 제안을 하며 다시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다시 깨어난 그녀는 그녀의 인생에서 접해 보지 못했던 삶을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

 

             

 

말단 공무원 남편에 말썽꾸러기 아이 둘, 가진 것도 별로 없고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를 떠는 게 낙이지만 그런 작은 일상들이 오히려 잘나가던 여성 변호사의 일상과 비교해 오히려 그녀에겐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렇게 남의 입장이 되어서 타인의 삶을 살아보며 깨닫게 된다는 설정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보다 한 발 더 나가 현대인들이 잊고 있었던 사람들의 관계 회복에 치중한다. 아파트 주민들간의 알력, 그리고 아이들을 둘러싼 사건에서 그녀는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며 그제서야 자신이 변호사 시절에 했던 일들이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를 회고하게 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지만 진한 감동 코드를 배치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가 일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오프닝에 깔아두었던 해프닝이 중간에 반복해서 등장하고, 자신의 트라우마가 가상 가족에게 투영되는 모습을 보며 이 모든 이야기들이 작위적인 설정이 아닌 바로 그녀의 자신 이야기 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엇으로 결론이 되든 확실히 의미있는 가족 드라마다.

 

 

후반부에 놓아둔 작은 반전이 이 영화의 포인트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목숨 보다 사랑하는 우리 딸이라는 메모와 육성 코멘트에 분명 심금이 떨리는 경험을 한 관객이 있었을 것이다. 혼자 사는 일인 가족이 지천인 지금 이 영화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에 작은 힌트를 놓아 두고 성공한 커리어 우먼,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가 다분하다. 성공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을 느껴야 비로소 성공한 삶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미쓰 와이프 (2015)

Wonderful Nightmare 
8.5
감독
강효진
출연
엄정화, 송승헌, 김상호, 라미란, 서신애
정보
코미디 | 한국 | 125 분 | 201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