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오피스 - [리뷰] 경쟁과 평판이 몰아붙인 벼랑에서

효준선생 2015. 9. 19. 07:30

 

 

 

 

 

영화 회사원에서 소지섭은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를 찾아가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당시 관객들은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황당, 허탈해 했지만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낀 적이 있는 회사원이었다면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봄직한 설정이었다. 회사는 연명할 수 있는 재화를 내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상적인 바람이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경쟁과 성과만으로 체크되어 그 사람을 평가하는 무자비한 시스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발은 같이 했지만 어느새 뒤쳐져 버린 채, 조직원의 일원으로서 지쳐가게 되면 품 속에 사표쯤은 늘 품고 다니는 게 회사원 이라면, 이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버티기 위한 방책은 자신과 경쟁이 되는 것들을 우선 제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회사의 목표가 이윤의 극대화라면 회사원의 목표는 반드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괴리감 속에서 그 누군가는 모진 생각을 품을 수도 있겠다. 그것이 사표를 상사 면전에 집어 던지는 것 그 이상이라도.

 

 

영화 오피스는 이런 현실에서 소지섭의 총질이 아닌 그 이상의 끔찍함을 선사한다. 당연히 저럴 수 있을까 싶겠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약자의 입장에서라면 생각 정도는 해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말을 위해 일단 감독의 의도적인 설정들이 마치 판타지처럼 들어가 있다. 우선 물리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이른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해소하고 더불어 누가 범인일까?” 라는 관객의 추측을 혼란스럽게 했으니 실제 범인이 등장한 이후에 느낄 수 밖에 없는 당혹감들은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유력한 용의자가 수사 선상에 떠오름에도 경찰로 대변되는 공권력의 힘은 미천해 보였다. 중간에 등장하며 긴장감을 넣어보지만 이미 누가 이런 짓을 벌였을까 반신반의 하는 찰나에 그들의 몫은 크지 않았다. , 키 맨으로서의 역할이 부재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많지 않은 등장인물과 하나씩 제거되는 용의자들로 하여금 그 빈 공간을 사건의 스릴로 메우려 했고 뒤로 갈수록 그 쫄깃함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긴장감이 덜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평판은 조직생활을 하면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과 다수로부터 호감을 얻는 사람 중에서 대개의 경우 후자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하는 부분에 이르면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영화에 나오는 회사원들은 직급도 다르고 성격도 다양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빼 먹은 것이 있다. 바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점이다. 인간관계라는 게 묘해서 같은 일을 오래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 아는 사람과 조우할 지 모른다 작은 우물안에서 보는 하늘은 딱 그만큼 밖에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 영화는 직장인들에게 정말 섬뜩할 수도 있겠다. 늘 성과에 목을 매고 툭하면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 목 뒤가 서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품 속에 사표를 넣고 다녀도 월급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쓴 웃음을 짓는 한달살이인생들. 당신의 회사는 과연 돈 말고 스스로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는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오피스 (2015)

Office 
6.7
감독
홍원찬
출연
고아성, 박성웅, 배성우, 김의성, 류현경
정보
스릴러 | 한국 | 111 분 | 201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