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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협녀, 칼의 기억 - [리뷰] 칼을 받으시오

효준선생 2015. 9. 14. 07:30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복수를 중심 화제로 두고 있지만 그 기저엔 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남녀의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좋은 셋을 써서 부수하는 이야기를 다 도려낸 채, 출생의 비밀과 복수를 위한 기다림의 시간들이 잘 묵힌 장맛처럼 곰삭아 있다.

 

            

 

고려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세기말이라는 느낌이 든다. 외세의 간섭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 권좌의 최정점에 있는 자의 권위가 상실된 시절, 누구든지 능력과 거기에 천운만 따라준다면 하늘의 뜻을 펴지 못할 이유가 없는 약육강식의 시절. 이 영화 역시 자신의 출세를 도모하고자 고락을 함께했던 무리를 배반하는 자가 있고 대의를 공모했으나 그 안에 더 큰 뜻을 안고 살았던 한 여인의 오래된 상심이 있다.

 

 

제 부모를 죽였다는 자를 지척에 두고 칼날을 뽑지 않는다면 사람 구실을 못하는 것이라며 복수를 독려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이유는 시대가 만들어 놓은 혈투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대를 제압한다고 해서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부모가 다시 돌아올 리도 없지만 끓는 피는 지금의 안온한 처지를 이기지 못했다. 세 주인공의 이름이 극중에서 두 개로 불리는 까닭은 과거 한 시점의 사건에서 퍼져 나오는 이야기 갈래다. 유백이라는 현재 시점에서, 권력이 집중되는 자리에 앉아 호령만 하는 자에게 복수를 꿈꾸는 자가 있고 이런 상황을 오히려 난감해 하면서도 결국 그 결말의 비극을 예감한 여자도 있다. 이렇게 한 남자와 두 여자가 그려내는 이야기 얼개는 두 시간을 끌고 가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없지 않다. 소소한 사건의 부재가 가져온 어쩔 수 없는 심심함이다. 대신 그걸 만회하기 위하여 시대극이 뿜어 낼 수 있는 최고조의 분위기, , 날카롭게 벼린 칼들이 경합을 이루는 순간의 동적인 액션 장면들은 이야기 흐름과 상관없이 따로 찍어 놓은 것처럼 획기적이다. 갈대밭에서의 합, 좁은 복도에서의 합, 그리고 눈이 내리는 마당에서의 합등, 눈길을 끄는 명장면들이 많다.

 

 

이 영화는 중국의 무협 영화에서 모티프를 많이 따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다. 촬영기법 만이 아닌 내용에 있어서도 그래 보인다. 복수는 다시 복수를 낳고 순간의 선택이 예기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이야기를 뒤집어 놓은 다는 것하며 단순한 혈흔과 혈연은 분명 다르다는 점들이 그렇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한국적 무협 영화가 가야 할 길을 새롭게 썼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이 몇 년 간 이런 무협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비록 이런 저런 영화외적 이슈로 인해 늦어진 개봉 탓에 불필요한 언급들도 있지만 영화를 영화로만 본다면, 이 영화는 세 배우들에게 필모그래피의 중심에 놔도 좋을 듯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협녀, 칼의 기억 (2015)

Memories of the Sword 
4.2
감독
박흥식
출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이경영, 김태우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1 분 | 201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