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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셀프/리스 - [리뷰] 어떤 인생을 선택할 것인가

효준선생 2015. 9. 12. 07:30

 

 

 

 

 

 

 

진시황제가 자신의 영생을 위해 서복과 일행을 보내 불로초를 찾게 했다는 일화는 권력을 가진 자 일수록 오래 살고 싶어한다는 속설을 입증케 한다. 후대 사람들은 서복 일행이 한반도 어디까지 왔다는 둥, 심지어 일본까지 건너갔을 지도 모른다는 둥 하지만 결론은 세상에 불로초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있었다면 진시황제는 여전히 살아 있을테니 말이다. 이렇게 인간은 오래 살고 있은 가장 근원적인 욕망을 갖고 태어난 것이니 그걸 탓할 수는 없지만 영화 셀프/ 리스에서의 삶에 대한 돌이켜 봄은 뜻밖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가진 건 돈 밖에 없어 보이지만 제한적인 수명 앞에선 절망할 수 밖에 없는 노인이 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그는 우연히 쉐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쩌면 생각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을 통해 (비슷한 유형의 영화를 통해 이런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방법은 여러 차례 보았기에 신선할 게 없지만)그는 자신의 몸이 아닌 30대의 젊은 이로 환생(?)한다. 더욱 좋은 건 자신의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게 아닌가? 70 평생을 살아오며 간직했던 인생의 노하우를 젊은 몸을 통해 발산할 기회를 얻었으니 여전히 그의 곁에 있는 재산과 만끽할 수 있는 젊음이 그에겐 인생 최대의 선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없는 대가가 어디에 있나. 자신의 수술(?)을 집도한 박사에서 받은 붉은 알약은 그에겐 손오공의 금고주처럼 작용한다. 한 번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먹지 않으면 환각을 보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 환각을 통해 그는 자신의 정신이 들어선 몸뚱아리가 과학의 산물이 아닌 또 다른 자아의 희생물임을 직감하고 그때부터 그는 찾아야 할 목적물이 생긴다. 영화 제목처럼 자기 자신이 없는, 그래서 정신과 육체가 따로 놀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통해 인도 출신의 감독 타셈 싱은 삶의 이치에 대해 묻고 있다.

 

 

또 하나, 오늘날 인류의 과학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한 명인들에게 얼마간의 수명을 더 보장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 윤택해질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그 일례로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흥미로운 가설이긴 하지만 놀라운 건 자신의 과학적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그 스스로가 엄청난 일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서도 영화는 놓치지 않았다. 영화는 더불어 가장으로서 챙겨야 할 남은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연과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것들도 인류의 발달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라며 자행되고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과학계의 만행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람은 딱 한 번 태어나 천수를 누리고 그 생명이 끝나는 순간 그의 역할은 마무리되어야 가장 빛이 난다.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마치 덧칠을 하듯 목숨을 이어 붙이는 꼴이란 결국은 성대모사만 하다가 자신의 목소리마저 잃어버리고 만 어느 연예인의 모습처럼 추레해지기 마련이다. 돈은 많지만 어딘가 외롭고 아픈 노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부유하지는 않아도 가족의 사랑을 함께 하며 사는 건강한 젊은이로 살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이 영화가 주는 마지막 장면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셀프/리스 (2015)

Self/less 
8.1
감독
타셈 싱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벤 킹슬리, 매튜 구드, 미쉘 도커리, 나탈리 마르티네즈
정보
스릴러, SF, 액션 | 미국 | 117 분 | 201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