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베테랑 - [리뷰] 감당할 수 있겠어요

효준선생 2015. 9. 4. 07:30

 

 

 

 

 

 

영화 베테랑은 경찰에서 뼈가 굵은 한 열혈 형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상은 썩어빠진 재벌들의 행태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밀고 있는 사회고발 영화다. 진실이 호도된 사건 하나를 중심으로 온갖 추악한 거래들이 오고 가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실제로는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거란 짐작은 능히 할 수 있다. 그동안 재벌들을 둘러싼 악행들이 단편적으로나마 언론에 언급된 것에서 유추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그 모든 악행이 조태오라는 미래 한국의 어느 재벌 오너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에게 포커싱되고 있으니 바로 그 캐릭터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재벌 개혁의 단초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재벌과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들이 감추고자 하는 건 아이러니 하게도 일개 힘없는 노동자였다. 돈이면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까지도 유린하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들. 생각보다 큰 일이 터지고 난 뒤 그들이 감추고자 했던 진실에 다가가는 어느 경찰에겐 그저 문제 해결 그 이상으로 풀어야 할 것들이 있어 보였다.

 

 

영화를 보면서 어느 누가 조태오와 재벌들의 편에 설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이미 천만 명 이상이 보고 갔다면 이해 당사자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결코 불편하게만 보이지 않았던 것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쪽에 선 사람들이 험한 꼴을 당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분적 편가름이 무조건 한 사람만을 중심으로 뭉치자 하며 궐기를 하거나 힘으로 몰아 붙이려는 입장에선 불편할 테지만 파쇼도 아닌 세상에 그럴 리가 있나. 서도철이라는 형사가 칼을 맞을 지도 모름에도 단기필마로 적진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어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응징해야 할 사람은 일을 하고도 제 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마치 하늘이 내린 자리라고 생각하며 안하무인격으로 나대는 재벌의 적폐를 두고는 못 보겠다는 연출자의 의도이기도 하다.

 

 

영화 부당거래를 통해 이 사회가 짊어지고 있는 부담을 조금이라도 떨쳐버리고자 했던 류승완 감독은 이번엔 좀 더 개방된 모습으로 상업성 강한 사회 영화를 만들어 낸 셈이다. 그 영화를 통해서도 부조리가 만연했던 검찰 조직을 후벼 파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간 모습과는 달리 이번엔 보다 후련한 모습을 선사했다. 그건 과연 권력 조직이 아닌 재벌이라서 그런 건 만은 아닐 듯 싶다. 돈과 가오(체면) 사이에서 조금도 좌고우면 하지 않은 채 질러 버릴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과연 서도철과 그의 팀원 뿐은 아닐 거라는 위안을 좀 받고 싶은데, 줄줄이 엮여 있는 거대한 커넥션을 보고 나니 한 숨만 나온다. 권력의 비호를 받아가며 악어와 악어새처럼 성장한 재벌의 행태가 척결 일순위가 되지 못하는 건 원죄를 지은 자들이 아직도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베테랑 (2015)

Veteran 
8.4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장윤주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3 분 | 201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