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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시 아이 워즈 히어 - [리뷰] 어느 가족의 조금은 특별한 나날들

효준선생 2015. 9. 2. 07:30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된 부모 대신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었던 할아버지의 와병으로 가족 구성원들은 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을 되새겨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영화 위시 아이 워즈 히어는 가을을 앞둔 이맘때 제법 잘 어울리는 홈 드라마다. 쫒고 훔치고 죽이는 험악한 영화 일색이던 요즘 이 영화는 잠시 있고 있던 가족의 의미와 산다는 것에 대한 반추를 도와줄 것이다.

 

 

이를 테면 미국의 서민 가족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유태인이라는 출신의 문제가 그들을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나서게 하는데 잠시 어른거리게도 하지만 그건 피상적인 문제였다. 보다 심각한 것은 까닥 잘 못하다가는 가족의 해체에 이르게 될 지도 모를 위험이 그들 앞에 똬리를 튼 뱀처럼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단역 배우 출신의 아버지는 제대로 된 돈벌이를 해 본 적이 없고 대신 엄마가 직장에 다니지만 그녀의 입지도 좋지 못하다. 아이들에겐 삼촌이 있지만 그 역시도 어타쿠 기질이 다분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고 특히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 이런 상황에 엉뚱하게도 홈 스쿨링의 실험대상에 몰린 남매, 있어야 할 학교가 아닌 대책없는 아버지와의 캠핑, 할어버지의 병구완등등. 이들 가족이 풀어야 할 숙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지만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결코 남겨질 가족들을 흩어지게 할 정도로 무심해 보이지는 않는다. 얼마 살지 못할 처지임에도 여전히 농담도 잘하고 진심으로 이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잘 지낼 수 있도록 마치 원격조종이라도 하듯 일이 풀려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와는 좀 다른 정서를 본다. 병원에 있는 할어버지를 간병하기 위해 초췌한 모습으로 같이 병원에 머무는 가족들도 없고 큰일을 앞두고 가족간의 볼썽사나운 모습도 없다. 그저 하나의 가족이 제 운명을 다하고 세상을 하직하는 것에 대한 숭고함만이 남을 뿐이었다.

 

 

슬픈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그렇다고 억지 울음으로 유발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흐르지 않는다. 세월은 쏜살같다는 말처럼 가을이 되면 어쩐지 올 한 해도 거의 다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늘 그렇듯 인생은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것 말고는 없다. 보다 빠르게 달릴 필요가 있겠나. 언제고 도착할 목적지 인데. 남은 가족들에게 할아버지는 무엇을 선물했을까 아버지에게는 일자리를, 엄마에게는 직장 내 고민거리를 해결하고 그리고 삼촌에겐 소원했던 가족과의 해원(解怨). 마지막으로 두 남매에겐 할아버지가 있어 행복했었음을 느끼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모든 것들이 엄청난 것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의 편린이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느끼고 지켜나가려고 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영화는 우리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렇지 않은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왼쪽이 이 영화 연출자이자 아버지로 나온 잭 프래프

 

 

 


위시 아이 워즈 히어 (2015)

Wish I Wa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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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잭 브래프
출연
잭 브래프, 케이트 허드슨, 조이 킹, 피어스 가뇽, 조시 게드
정보
가족, 드라마 | 미국 | 106 분 | 201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