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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 [리뷰]괴팍 할머니 분투기

효준선생 2015. 7. 30. 07:30

 

 

 

 

 

 

성장의 반대 의미로 굳어져 가는 복지는 사회 구성원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책임을 져준다는 뜻이다. 돌려서 말하면 지금까지 사회 발전에 일정부분 공헌을 한, 지금은 은퇴한 노년층에 대한 보살핌 차원에서 얘기되어 왔지만 문제는 그렇게 들어가는 예산으로 말미암아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사회를 잘 돌아가게 하는 부분은 비단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년, 청년, 그리고 미래 세대인 청소년과 유아에 대한 보살핌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의미한다. 돈이 많아 모든 부분에 넉넉하게 나눠주면 좋겠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그건 복지가 아니다.

 

 

복지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는 복지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지 오래다. 이는 복지가 잘 돌아갈 것 같은 서구의 여러 나라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내는 건 부족해도 가져가고 싶은 건 많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걸 젊었을 때 돈을 벌 땐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막상 수입이 없어지고 나라에서 주는 연금 등으로 살려다 보니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다. 프랑스의 폴레트 할머니의 경우도 그런 차원이다. 한달에 노령연금으로 받는 돈이 한국 돈으로 80만원이 채 안 된다. 아껴 쓰면 되지 않겠나 싶지만 그 안에서 월세와 생활비까지 감당하기엔 부족하다. 나날이 오르는 물가도 버겁다. 젊은 시절엔 빵 굽는 솜씨 좋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다 늙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연체된 세금에 집세에 집달리까지 찾아 오는 바람에 할머니는 마지막 수단을 강구한다. 정말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과 이민자 출신들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젊은 층들의 일탈을 가벼운 필치로 그려낸 소동극이다. 소재와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연출은 기발할 정도로 유쾌하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사회 문제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깃들어 있다. 보는 내내 과연 저렇게 해도 될까 싶기도 하고 가성비가 맞지 않을텐데 하는,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야 할 것 같았지만 이 모든 것이 별로 가진 것 없는 계층과 별로 할 일 없는 계층이 만들어 놓는 부조리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인 딸과 사위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못마땅해하는 장모, 워낙 성격이 괴팍해서 주변 사람들도 다가서기 힘들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속 정도 없는 건 아니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시도도 해보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건 할머니의 수상한 행동이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킨 것도 아님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을 깨야 하는 순간엔 결단도 내릴 줄 안다. 다시 말해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관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 말미에 배경이 프랑스가 아닌 네덜란드로 옮겨 간 것이 기발하다. 프랑스에선 아직 허용되지 않은 어떤 일들이 그곳에서는 부분적으로 허용된다는 사실을 인용한 것이다. 제과, 제빵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장면에선 군침이 돌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마들렌이니, 사브레니, 초코케익들이 당 떨어진 당신을 괴롭힐 지도 모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