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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 - [리뷰] 왜 우리는 청산하지 못하고 있나

효준선생 2015. 7. 23. 07:30

 

 

 

 

 

 

 

나라를 빼앗겼다는 건 비단 주권이나 영토만 우리 것이 아니게 되었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이 남의 나라 신민으로 살아도 괜찮네라는 식으로 서서히 둔감해지며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더 큰 슬픔이다. 이웃나라의 의해 강제로 병합되고 35년을 남의 나라 사람으로 살았음에도 여전히 친일이라는 더러운 그림자를 벗지 못한 채 오히려 그들의 후손에 의해 정치와 경제가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한 대로 생각의 희석화가 가져온 불행한 과거이자 현재의 모습이다.

 

 

이미 100년도 더 된 일이니 이제 잊고 살자며 운을 띄우는 작자들의 모습에서 어렴풋하게 일제 강점기 시절 그들의 주구(走狗)로 살았던 그들의 선조 모습이 떠오른다. 얼마 전 본 영화 우먼 인 골드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나치 복역자자였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한 오스트리아의 언론인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치에 의해 몰수당한 그림을 찾기 위해 온 노파일행을 자신의 일처럼 돕는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한 일도 아니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왜 연좌제를 뒤집어 씌우냐는 건 식자(識者)로서 정말 무식한 일이다. 지금까지 먹고 살아온 물질적인 혜택이 가난한 자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서 가져온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영화 암살은 그저 웃고 즐기면 되는 여름 성수기 시장을 노린 오락영화만은 아니다. 이젠 역사책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는 독립을 위해 자신을 버린 자들의 현신이며 그들과 반대의 행보를 걸었던 자들이 남겨놓은 추악한 그림자를 지우고 자 하는 노력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암살을 시도하는 일련의 사람들이 아니라 암살을 당해도 싼 부류들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드러내서 친일을 하는 사람과 돈을 위해 이중첩자 같은 짓을 하며 독립군을 위태롭게 만들고 광복이후엔 궤변을 늘어놓으며 애족행위라며 빠져나가는 인물들이 오히려 와닿는다. 영화 후반 잠시 등장하는 반민특위 법정에서 일제시대 친일행각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에게 제대로 된 법 집행을 하지 못하게 되자 판사가 의사봉을 집어 던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그 당시 자신의 친일 행각이 드러날까봐 미국을 앞세워 반공부터 하자면서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들의 면면이다) 

 

 

또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저 살기 위해 친일을 했거나 이미 자신이 태어나 보니 일본 사람의 딱지가 붙어 있고 게다가 35년 내내 어떻게 독립만 생각하며 살 수 있겠냐고 말이다. 영화에서 처럼 친일파와 이땅에 주둔하고 있었던 일제 군인들 몇몇을 죽인다고 독립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희생이 따르더라도, 당장 독립이 현실화되지 않았더라도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독립의 꿈을 저버리지 않고 산다는 경고의 의미는 지속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메시지로서 그들의 목숨 값은 고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그걸 외면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수 있다는 걸 영화는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꽃을 들고 가던 소녀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총질을 하던 일본군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많은 충격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손가락 세 개가  세 명이 아니라 삼백 명의 조선인을 죽였다는 의미라며 피식 웃는 그의 모습에서 분명 살의를 느꼈을 것이다. 아픈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언제 또 그런 불행이 찾아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사는 늘 반복되어 왔다.

 

 

이 영화는 몇몇 인물들을 통해 저렇게 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싶은 인물들을 통해 처세의 한 부분을 설파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도 아니고 실존 인물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유머도 많다. 그럼에도 이들 모두에게서 불행했던 시절을 살아야 하는 이 땅의 백성들의 모습을 보았다. 친일의 청산은 과연 이뤄질까 지금 마치 음서(蔭敍)를 통해 한 자락씩 차지 하고 있는 자들에게 이 영화가 그들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일깨울 수 있었으면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암살 (2015)

Assassination 
8.5
감독
최동훈
출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9 분 |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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