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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돈나 - [리뷰] 산다는 것에 대한 벼린 비수

효준선생 2015. 7. 26. 07:30

 

 

 

 

 

 

 

갑을 관계에 대한 논란의 종식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은 세상이다. 부리는 자와 부려지는 자 간의 심정적 알력은 말할 것도 없고 같지 않은 권력의 자리에 앉아 어쩌면 자신도 전에 겪었을 똑같을 일을 반복하는데 익숙한 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남녀관계에서도 있을 법한 일이다. 영화 마돈나를 보면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시선들이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 시선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여성성, 혹은 모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다시금 새기게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섹시 여가수의 이름을 빌어다 이 영화의 핵심 당사자의 별명으로 가져다 쓰고는 있지만 그 이름 자체에서 느껴지는 남성에 의해 보여지는 여성에 대한 비하적 느낌들이 있다. 미나라는 번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녀를 마돈나라고 부르고 그녀 자신도 그 별명에 대해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다. 미나라고 불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마돈나라고 불리며 키득거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심정에서였다. 학창시절 사춘기 소녀를 괴롭힌 것은 부모가 없다는 것, 가난하다는 것, 그리고 또 한가지가 그녀를 괴롭혔던 모양이다. 먹는 것으로 그녀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메우고 그렇게 먹고 또 먹음으로써 스스로를 살찌워 세상 사람들의 눈에 들었다. 하지만 살이 찐다는 것에 대한 세상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폭력은 한국에선 상상 그 이상이다.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앞세우기 전에 그녀는 뚱뚱했고 비정상적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그녀의 선택은 유사 성행위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서서히 그녀는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익숙해진다. 서글픈 일의 연속이다. 이 영화는 권력에 의해 타인의 인권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되는 장면들이 속출한다. 하지만 그건 악역에 의해서만 저질러지는 것도 아니다. 편의에 의해, 위압에 의해, 자신이 살기 위한 인간본성에 근거한 움직임들이다. 윤간을 당한 채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온 여자의 심장을 도려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남자나 미나라는 여자의 주변에 산재한, 편의에 의해 상대방을 취사(取捨)하는 일련의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 영화는 선과 악에 의한 대비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악역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영화는 여성과 모성에 대한 집요한 관찰을 서슴지 않는다. 현실에선 하나도 있기 힘든 일들을 한 여성에게 몰아가며 보여주는 장면들의 연속은 그야말로 숨이 가쁘다. 자꾸 그녀에게 연민이 아닌 정말 저런 삶을 살기 원할까 하는 궁극적인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악에 바쳐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에서조차 복수에 대한 쾌감 따위가 아닌 상실에 대한 피로감을 대신 느끼고 말았다. 배우 서영희는 이 영화에서 철저하게 관찰자의 역할에 있다. 그녀 자신이 겪었던 과거의 상처를 묻어둔 채 오버랩을 통해 보여준 미나(권소현 분)의 지나온 일들을 소개한다. 이렇다 보니 이 영화는 배우 권소현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는데 여배우로서는 지난한 연기를 해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마치 선배 배우 서영희가 영화를 통해 그래왔듯이.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돈나 (2015)

Madonna 
8.4
감독
신수원
출연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유순철, 변요한
정보
| 한국 | 121 분 | 201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