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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 - [리뷰] 세상살이 사부작사부작하질 않네

효준선생 2015. 7. 22. 07:30

 

 

 

 

 

법정 드라마가 주는 쾌감은 상대적 약자로 설정된, 주로 피의자, 혹은 피고측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과 맞물려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 기막힌 반전과 함께 뒤집어질 때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양 흥분될 때 수반된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소수의견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함의는 이미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용산 참사에서 모티프를 따왔고 제작이 완료된 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개봉이 미뤄지다가 우여곡절 끝에 관객들에게 소개될 수 있었다는 후일담과 맞물려 안보고 넘길 수는 없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검사 측 인사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의 덩어리에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하물며 실제 사건의 당사자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까 시장경제 사회에서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가 무시되고 대기업 위주의 카르텔에 의해, 그리고 그 사이에 공권력과 정체불명의 용역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 사람들. 사건은 바로 그 험지에서 벌어졌지만 그 사건을 두고 법리를 다투는 법정 안의 영감들에게 그들의 진짜 모습은 어떻게 투영되었을까

 

 

사람이 죽었으니 죽인 사람을 양형에 맞게 판결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장도에 누가 될까 싶어 기를 달려 들어 구형을 이끌고 나가는 검사 측과 혐의가 있는 피고인을 위해 무죄를 혹은 감형을 위해 애를 쓰는 변호사 모두에게 어쩌면 사건의 이해 당사자들의 처지는 말 그대로 남의 일인 셈이다. 유력한 증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법정 뒤에서의 치졸한 싸움과 증인 매수와 은닉들이 판치는 와중에서도 그저 고귀한 척 수트의 매무새를 다듬고 명품 가방을 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위선을 보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어느 젊은 국선 변호사의 성장도 함께 담고 있다. 변호에 매진하는 그를 둘러싼 주변의 회유도 그렇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무지막지한 공권력도 보기에 불편했다. 오프닝에 보이는 철거현장에 버려진 깨진 거울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이기고 지는 법정 게임이 아니고 누군가에겐 풀지 못한 숙제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고뇌의 시험장에서 우린 무엇을 보았는가. 여전히 자신의 잘못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리만 옮겨 탄 검사의 마지막 일성이 어쩌면 이 사회를 끌고 나가는 다수 의견인 것 같아 보였다.

 

 

강압에 의한 철거가 없었더라면 꽃다운 청년들이 그런 곳에서 유명을 달리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그들에게 남겨진 가족들이 안고 살아갈 짐도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아니면 인정받지 못하는 건 대규모 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일소(一掃)와도 닮은 꼴이다. 전체적으로 시나리오가 배우들을 압도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몇몇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든다.  '우리편'이 되어줬어야 할 변호인 측 보다 그 반대편인 검사 측 두 배우(김의성, 오연아)의 연기가 얄미울 정도였고 그 대신 오랜만에 보는 박규채의 올곧은 연기에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영화 소수의견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이 나라에게 숨쉬고 살아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무엇이라는 걸 이 영화가 슬그머니 내밀고 있는 셈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소수의견 (2015)

Minority Opinion 
8.8
감독
김성제
출연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 이경영, 김의성
정보
드라마 | 한국 | 126 분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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