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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셀마 - [리뷰] 현명한 리더는 누구인가?

효준선생 2015. 7. 15. 07:30

 

 

 

 

 

 

한국에서의 미국은 조선시대 명나라처럼 사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로 세뇌교육을 받은 탓인지 몰라도 모든 게 완성된 나라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남의 나라 인권에 대해선 쉽게 떠들어도 자기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추문에 대해선 에둘러 봉합하며 없던 일처럼 하곤 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종 갈등이다. 미합중국이라는 이름처럼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한 나라에 모여 만든 나라임에도 여전히 백인 중심의 사회 시스템이 불쑥불쑥 인종 갈등을 야기하곤 한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이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럴진대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의 흑인의 사회적 지위는 땅바닥이었다법적으로 허용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일부 주(州)에서 보여주는 악취미는 웃고 넘길 수준을 벗어났다.

 

 

영화 셀마는 유명한 마틴 루터 킹 2세가 앨라바마 주 셀마에서 촉발된 흑인의 투표권 쟁탈과정을 그린 휴머니티 가득한 영화다. 영화 앞부분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주 선거등록 사무실을 찾아온 여자 흑인에게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퍼부으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과 정당한 권리를 촉구하는 행사장에서의 테러 행위들은 인권을 그토록 강조한 미국에서 있었던 일일까 의심케 했다. 하지만 생명보다 더 소중했던 것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다수의 흑인을 움직이게 했고 그들은 셀마에서 출발해 주 정부청사가 있는 몽고메리까지 평화적인 행진을 하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순탄할 리 없었다. 더 많은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그들에게 이번 행진은 사투의 길이라는 걸 직감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킹 목사의 목소리도 담고 있다. 그는 흑인 다수의 행진 의지를 막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주저함으로 인해 흑인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사상자가 발생하는 행진보다 자신을 욕하고 원망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희생은 또 다른 희생을 부르고 그렇게 해서는 갈등을 풀 수 없기 때문이란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 존슨은 초반에는 흑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선거와 연계해 따져보는 이해타산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물론 킹 목사와 이야기를 해보지만 절충안도 받아들이지 않는 매우 보수적인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수구적인 인물로 바로 앨라배마 주지사를 들 수 있다. 하나를 들어주면 또 다른 하나를 요구하고 나중엔 일도 안하고 돈이나 달라고 할 것이라며 흑인들을 폄훼한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지독한 강경파 보수주의자로 보인다.

 

 

행진을 완수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투표권이 정상화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일 정도로 당시 미국의 상황은 지금 우리가 미국에게 가진 생각과는 달라 보였다. 얼마 전 뉴스에서 인터넷에서 팔리던 남부 연합기가 퇴출되고 있다던데 이 영화에선 휘날리고 있음을 확인했으니 벌써 50년이나 지났음에도 흑백 갈등은 그들 스스로가 풀어야 할 고민거리 중의 하나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영화가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에 대한 질문들과 기득권자들이 보여주는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지를 말한다. 그들의 대립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겠다. 이젠 흑백의 갈등이라기 보다 빈부의 차이가 더욱 큰 사회 모순이 아닌가 싶다. 어느 사회든 갈등은 존재한다. 그걸 유능하게 풀어낼 수 있는 리더가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에서 민도(民度)의 수준이 결정된다. 영화 셀마는 현명한 리더의 부재 속에서 사회적 갈등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셀마 (2015)

Selma 
8.7
감독
에바 두버네이
출연
데이빗 오예로워, 카르멘 에조고, 톰 윌킨슨, 팀 로스, 오프라 윈프리
정보
드라마 | 미국, 영국 | 128 분 | 201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