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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손님 - [리뷰] 여기 당신의 몫은 없다

효준선생 2015. 7. 16. 07:30

 

 

 

 

 

 

이사를 하는 날인 모양이다. 그런데 여러 가구가 들고 나는 걸 보니 오늘이 손 없는 날인 모양이다. 예로부터 음력으로 9일과 10일엔 팔방을 돌아다닌다는 악귀가 쉬는 날이라 하여 이사하기에 길일이라 여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주인에 상응하는 단어인 손님이 바로 이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 땅에 인구가 희소할 때는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반가워 하는 게 풍습이었지만 도시화가 진행되고 전쟁이나 역병이 돌고 나면 이렇게 낯선 이들의 방문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던 모양이다.

 

 

영화 손님은 피리를 불며 겨우 생계를 유지해왔던 남자가 어느 산골 오지 마을로 들어서며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비밀을 안고 사는 촌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타성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뒤의 후과를 교훈적으로 보여주는 판타지 호러물이다. 시대 배경이 1950년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라 했으니 누구 하나 궁핍하지 않을 리 없고 그 깊은 산중에 모여사는 사람들에게 외부에서 들어온 낯선 이의 방문이 탐탁치 않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색과 눈빛이 영 이상하다. 마치 죄지은 자들의 모습이다. 대체 무슨 알 수 없는 일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의문 투성이다.

 

 

영화는 대체적으로 어둡고 음산하다. 게다가 제 정신이 아닌 이상 좋아할 리 만무한 쥐떼들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마을에 쥐들이 들끓고 사람까지 공격할까 노심초사지만 지긋지긋한 쥐떼들은 사람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손님으로 온 부자는 거처를 얻는 조건으로 피리를 불어가며 쥐떼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 조금씩 마을 사람들의 환심을 얻는다. 하지만 마을을 감싸고 있는 기분 나쁜 분위기들은 가실 줄 모르고 결국 이상한 사연을 떠트려 가면서 모두를 파국으로 이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쥐는 바꿔서 말하면 주객전도를 의미한다. 하룻밤 신세나 지려고 온 남자에겐 외부에서 접했던 인정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은 일탈이 있었던 곳이고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선 배타적 태도도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전쟁이 만들어 놓은 인간성 상실의 장면이기도 하고 쥐가 감히 인간을 공격한다는 사실도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그 때 전쟁은 인간을 설치류 만도 못하게 만들어 놓았으며 그런 잔혹함들은 이 영화의 주된 정서가 된다.

 

 

갇힌 공간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왜 바깥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빨갱이 공산당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었을까 전쟁이 이미 종식되었음에도 그들은 그들만의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살아가고 있다. 중국 어느 오지 마을에 가면 아직도 모주석이 통치하는 나라로 알고 산다고 할 정도로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그들만의 삶을 산다고 하던데 지금 기준으로 이런 마을이 있다면 그건 또 무엇을 상징하는 말일까 우리만의 공간에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을 때의 그 불편함을 넘어선 불안감. 단순히 텃세 이상을 넘어선 배타적인 마음들은 현대화된 오늘이라고 없어졌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손님 (2015)

The Piper 
6.7
감독
김광태
출연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 구승현
정보
판타지, 공포 | 한국 | 107 분 | 201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