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에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고 죽기 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버티고 있을 때 그 심정은 어떨까 분명히 자신은 옳은 일을 한 것이고 이런 해코지를 당할 이유가 없음에서 오는 답답함도 크지만 당장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고픈 심정 뿐이다.
영화 더 리치는 마이클 더글라스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스릴러 영화다. 광할하다 못해 저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사막 한 가운데서 자신의 과오를 감추고 유일한 목격자인 한 청년을 옭아매는 지독한 악역을 맡은 그는 관객들로 하여금 정말 나쁜 놈이라는 생각을 그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돈을 내세워 사냥에 나선 남자는 그 지역 출신이자 가이드인 청년을 앞세워 허허벌판 사막에서 사냥을 시작하는데 엉뚱하게도 짐승이 아닌 사람을 죽이게 된다. 단 둘이 있는 그곳에서 그는 여지없이 거액을 내세워 청년을 회유하고 그 회유 앞에서 잠시 흔들렸던 청년은 이내 살 길을 모색한다. 하지만 그 길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 될 지 아니면 일말의 살길을 보장하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만약 아주 손 쉽게 청년을 죽였다면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테지만 덫에 걸린 짐승을 그대로 나두며 죽어가는 모습을 즐기려는 잔악한 모습을 선택하면서 영화는 스릴러로 돌변한다. 극의 대부분은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법은 있을 수 없으므로 영화의 결론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대신 어딴 방법으로 그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를 지켜보는 궁금증이 남는다.
50도가 넘나드는 사막에서 반나체로 걷고 달리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화상에 걸릴 것 같이 아렸다. 수포가 가득한 얼굴로 여전히 삶의 한 자락을 움켜쥐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청년의 모습을 보니 영화와 상관없이 인간의 의자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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