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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야식당 - [리뷰] 위로가 필요한 세상

효준선생 2015. 7. 8. 07:30

 

 

 

 

 

* 씨네필 소울이 뽑은 6월의 추천작

 

 

 

 

쿡방이니 먹방등 신조어들이 한국인의 눈과 입을 사로 잡고 있다는 현실의 이면엔 그것밖에 위로 받을 수 있을 만한 게 없다는 서글픈 반증이다. 팍팍한 현실을 벗어난 뒤 그들을 기다리는 건 일차적인 욕구뿐이기 때문이다. 성욕과 더불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서도 가장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식욕을 가지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걸로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세상에 먹는 것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골치 아픈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 떠나 식욕을 자극해주는 걸로 그들을 소임을 다하고 오늘도 우리는 침을 고여가며 갖은 이미지를 들여다 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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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야식당은 이미 잘 알려진 컨텐츠다. 흰색 커버가 돋보이는 일본 만화에서 시작해 일본에선 이미 텔레비전 드라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도 케이블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 이번에 극장판이 소개된 것인데 주요배우들 그대로 등장하며 기본적인 이야기 틀도 같다. 이 심야식당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명하다. 복잡한 대도시 속살 같은 곳에 자리한 작디작은 밥집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들은 마치 시시콜콜한 사정까지 공유하는 관계다. 자정이 다되서야 문을 열고 사람들이 지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 그제서야 문을 닫는 그곳은 하루를 힘겹게 부딪쳐 싸운 일꾼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셈이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사람이라는 섬 사이의 바다가 점점 깊어지고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자꾸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위안을 받고자 하지만 그럴만한 과정이 점점 삭제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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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라고 불리는 이 식당의 주인은 묘한 인물이다. 극의 중심을 잡아 주면서도 스스로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얼굴에 난 깊은 상처가 연륜을 말해주지만 털어 놓지 않는다. 그는 돈지루 정식 하나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손님들의 취향에 맞게 먹을 만한 음식을 마련해준다. 달걀말이나 마밥, 카레라이스, 그리고 나폴리탄. 소박한 가정식에 불과해보이지만 그런 음식은 사람들에겐 큰 위안이 되는 모양이다. 집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세태인 만큼 누군가가 자신만을 위해 차려준 작은 요리에 감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마음 편하게 요기를 하고 갈 수 있는 곳, 어둠이 내려 취객들이 활보할 시간이건만 이 영화엔 악역이라곤 없다. 그저 잘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사는 현대인들의 군상들이다. 드라마임에도 심지어는 판타지 처럼 보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과연 저런 곳이 있을까 싶은. 모두 세 가지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고 제목도 모두 이곳 마스터가 만들어내는 음식 이름이다. 나폴리탄, 마밥, 그리고 카레라이스. 사랑을 하는 남녀, 스무살 처자의 진로. 그리고 후쿠시마의 그림자는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는 희멀건 자조.

 

 

비단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다. 군침도는 음식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군데 군데 일본이기에 가능한 볼거리들이 삽입되어 있다. 일본 문화 컨턴츠에 관심을 가진 층이라면 즐거워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복선을 깔아 놓았다. 그 부분을 잘 찾아보기도 바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심야식당 (2015)

Midnight Diner 
8
감독
마쓰오카 조지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오다기리 조, 타카오카 사키, 타베 미카코, 키쿠치 아키코
정보
드라마 | 일본 | 120 분 | 201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