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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 [리뷰] 정해진 운명을 살다

효준선생 2015. 7. 7. 07:30

 

 

 

 

 

 

모든 난장판들이 정해진 운명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난 뒤 그들의 반응이 특이했다. 미래에서 온 자신의 남편감, 게다가 자기보다 열 살은 더 늙어 보이는 남자가 자신의 아들이란다. 이렇게 시간 여행을 통해 임의대로 오고가며 미래의 지구를 구원할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영화 터미네이터 : 제니시스를 통해 심하게 뒤틀린 채 질주했다.

 

                   

 

1984년 터미네이터가 첫 선을 보인 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게 우릴대로 우린 사골신세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리부트를 할 요량으로 부제까지도 새로운 세기라 지어놓았으니 무슨 이야기를 만들어낼 지 다음 편이 궁금하다. 정상정 있을 때 종결짓지 못한 채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한 나머지 과연 주인공에 반하는 악역을 만들어내는데 고심할 책무가 생긴 셈이다. 엔딩 크리딧 사이에 다음 편을 예상케 하는 짧은 실루엣을 집어 넣었지만 이미 죽은 캐릭터를 되살리는 걸 일도 아니라고 하는 마당에 그동안 사라졌던 캐릭터의 부활일지 아니면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일지 그것도 궁금하다.

 

 

지구는 인류의 욕심으로 파멸 직전일 것이라는 상상은 언제나 주효했다. 식상하기 까지 한 이런 소재를 맛깔나게 만드는 데는 역시 터미네이터, 정확하게 말하자면 원조 터미네이터 T-800때문에 가능하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이 영화를 빛내는 빼놓을 수 없는 대들보인데 시간도 그를 비껴갈 수는 없지만 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려는 노고는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동안 시리즈를 통해 익히 귀에 익은 사라 코너와 존 코너의 안위가 그에 의해서 유지되었다면 이번 영화에선 카일 리스라는 이들 모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존재에 까지 영향을 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다시 말해 사라 코너와 T -800 팝스의 관계는 의사 부녀관계로 보이며 카일을 보는 그의 눈빛도 사위를 보는 장인의 눈빛이었다. 어찌되었든 미래로부터 들락날락 거리는 인물들, 갈수록 상상력을 초월해 가는 능력의 소유자들 사이에서 연약할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이 게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대적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애틋해 보이지만 제 아무리 강력한 능력을 가진 놈들도 결국은 심장을 가진 인간을 이길 수 없는 것은 함께 맞서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영화는 시리즈로 보면 5탄 격인데 그래서인지 그동안 등장했던 터미네이터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1편에 등장했던 젊은 시절의 터미네이터는 물론이고 이 영화를 최고 수준의 공상과학 영화로 자리매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액체 로봇까지, 왜 등장시켰는지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앞의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겐 일종의 보너스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이제 미래의 제 아들까지 소환시켜 악역의 딱지 붙이고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나노 로봇의 재주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다음 편에선 뭔가 새로운, 그 어떤 것으로도 물리칠 수 없는 홀로그램 로봇이라도 등장시킬 듯 점철시켜놓았으니 지구의 미래는 이제 보장해도 될 것인가. 아니면 또 한번 이들의 등장을 학수고대해야 할 것인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2015)

Terminator Genisys 
6.9
감독
앨런 테일러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제이슨 클락, 에밀리아 클라크, 제이 코트니, J.K. 시몬스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25 분 | 201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