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쥬라기 월드 - [리뷰] 과학에 돈이 붙는다면

효준선생 2015. 7. 3. 07:30

 

 

 

 

 

 

 

언제부터인가 큰 사건 사고가 터지고 나면 그것인 불가피한 자연재해인가 아니면 인재인가를 놓고 따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는 인재라 몰아세우고 책임자를 마녀사냥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며 마무리를 짓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와중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물질적 재화들의 손실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영화 쥬라기 월드를 보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인간은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하여 통제 가능하다고 맹신하는데서 시작한다는 느낌을 또 받는다.

 

 

호박(먹는 호박이 아니라 琥珀) 속에 잠들어 있는 DNA를 추출하고 인간이 그동안 축적해온 과학적 성과를 토대로 멸종된 거대 파충류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말 그대로 과학자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공룡들이 살던 시대 인간들은 공유하지도 않았고 만약 공거를 했다고 해도 아마 공룡들의 단백질 섭취원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지금 영화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미국도 아닌 중남미 코스타리카의 어느 외진 섬에다 어마어마한 기지를 짓고 그 안에 마치 동물원인양 꾸며놓은 곳에서 사육당하다는 공룡들. 어떤 공룡들은 마치 자신이 망아지라도 되는 것 처럼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테마 파크에 놀러 가서도 시시한 것 보다 보다 짜릿하고 보다 인간의 오감을 괴롭히는 걸 골라 타려는 인간의 본능이 발휘된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뭔가 새로운 공룡을 복원이 아닌, 창조해 내야겠다는 일념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과학이 나쁜 게 아니라 그 과학에 돈이 결부되고 나면 그 후에 벌어질 엄청난 일들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비단 공룡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우후죽순 들어서는 고층빌딩은 어떤가. 이미 사례가 될 일이 있지 않은가. 이 영화에서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여럿이다. 쥬라기 월드의 오너를 비롯해 연구를 하는 과학자에다 공룡을 무기화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자까지.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조카를 돌보고 훈남 직원과 염문을 만들어가는 이곳의 여자 매니저도 사실 책임에서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적지 않은 희생자들을 양산하고 또 다음 영화를 위해 여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영화 속 배경인 쥬라기 월드 만큼이나 상업적이었다.

 

 

문득 떠오르는 성어가 하나 있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유전자 결합과 조작을 통해 전에 없던 최상위 포식자를 만들어 냈지만 인간의 뺨을 치는 영특함을 보이며 자신을 만들어준 인간을 공격한다는 새로운 종의 공룡, 사실 이 영화는 그 놈이 등장할 때와 그렇게 않은 때의 간극이 너무 컸다. 이 영화의 재미란 게 그 긴장감을 누리기 위함이었는데 생각보다 적게 등장했고 그 놈의 최후도 황망스러웠다. 게다가 인간의 능력으로 안되니까 같은 공룡을 끌어들이긴 했지만 마치 용병이 된 것처럼 인간의 말을 알아 듣는 그들의 몫이 오히려 애틋해 보였다.

 

 

늘 디저트처럼 따라붙는 가족애라든지 남녀간의 애정씬이라는 게 마뜩치 않지만 오랫만에 다시 돌아온 공룡 영화를 보니 기술력의 진보는 알아줄 만했다. 그나저나 여러 가지 공룡 중에 최상위 공룡은 과연 누굴까? 날아다니는 익룡의 내습때는 마치 히치콕의 새를 봤을 때의 공포를 느꼈는데 갑자기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말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쥬라기 월드 (2015)

Jurassic World 
6.7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타이 심킨스, 닉 로빈슨, BD 웡
정보
액션, 스릴러, SF, 공포, 어드벤처 | 미국 | 125 분 | 201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