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빅 게임 - [리뷰] 성역없이 풍자하는 건강한 사회

효준선생 2015. 6. 30. 07:30

 

 

 

 

 

 

남의 나라 대통령 이야기지만 저럴 수도 있나 싶다. 대통령 전용기를 일컫는 말인 에어포스 원이 격추를 당하고 간신히 탈출했다 싶었던 대통령이 핀란드 오지 산골에 떨어진 채 자신을 노리는 누군가에 의해 쫒긴다는 설정이 우리나라에선 역린이다 뭐다 해서 바로 제재가 들어올 소재라서 였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이 영화는 천하의 미국 대통령이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액션 히어로로서의 면모를 만방에 떨친다는 고루한 내용이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핀란드의 로우틴 소년에 의해 미국 대통령의 안위가 좌우된다는 데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빅 게임은 액션 영화 같지만 결국은 한 소년의 성장담이다. 핀란드의 삼림에서 사는 어느 부족에게는 독특한 교육방식이 있다. 남자 아이가 13살이 되면 간단한 도구만 챙겨 숲에 보낸다. 거기에서 사냥의 전과를 가지고 돌아와야만 드디어 남자로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학원을 순례하며 암기에 치중하는 우리 나라 학생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그곳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서 아버지가 되고 그 아버지는 자식을 낳아 그렇게 훈육해왔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얼핏 봐서는 동양권 혈통을 가진 소년은 제 아버지가 그랬듯 작은 활을 들고서는 숲 속에 들어선다. 그런데 소년이 발견한 건 곰이나 사슴이 아닌 정체불명의 동체와 그 안에서 겨우 목숨만 건지 자칭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런 곳에 미국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어쩌다가 그런 몰골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더 심각한 건 누군가가 그들을 쫒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사실 극단적인 코미디 같아 보였다. 최고 통수권자의 부재는 유고를 의미하고 그 다음 순번이라 할 수 있는 부통령이 자리를 승계해야 하는데 바로 여기에 이 영화의 두 번째 포인트가 숨겨져 있다. 옛날 왕들은 만인지상의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늘 자신을 노리는 세력에 의해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기미상궁도 그런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설정이 들어가 있다. 투표로 의해 뽑힌 대통령이고 정해진 기간만 그 자리에 있으면 자동적으로 퇴임을 하는 시스템이지만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없다 할 수 없고 심지어 대놓고 저격을 하기도 했다는 걸 미국 역사가 말하지 않던가.

 

 

이런 것들이 돈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권력 욕심인지 영화에선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오바마를 연상시키는 흑인 대통령과 그를 지켜주고픈 핀란드의 어린 소년의 모험에 집중함으로써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란다는 사실을 극성스럽게 보여준다. 개연성이나 물리적 법칙 따위는 챙길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냥 좀 웃고 시간 때우기엔 좋은 영화로 보이고 대통령을 이렇게 마음 놓고 희화화 할 수 있다는 게 부러울 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빅 게임 (2015)

Big Game 
4.6
감독
얄마리 헬렌더
출연
사무엘 L. 잭슨, 온니 톰밀라, 레이 스티븐슨, 테드 레빈, 짐 브로드벤트
정보
액션 | 핀란드, 영국, 독일 | 91 분 | 201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