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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비수사 - [리뷰] 미완의 사실을 복기하다

효준선생 2015. 6. 29. 07:30

 

 

 

 

 

 

1978이면 대충 시대 흐름을 기억해낼 수 있다. 전 년도 100억불 수출을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댔고 무려 17년이나 한 자리를 지키며 철권 정치를 마다 하지 않았던 정치인에 대해 슬슬 신물이 나던 때였다. 그러나 곧 다가올 몇 년 뒤를 예측하기엔 나도 세상도 여전히 어두웠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 였던 때였다. 그때도 지금의 시선으로 봐서 엽기적인 사건들이 수시로 발생해서 신문 사회면을 도발적으로 장식했고 그 중에서도 어린이 유괴사건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빈번했다. 그건 어쩌면 기획 범죄를 저지를 만큼 수준도 되지 않았고 비슷한 사례를 통해 한 몫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렸기에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범행 대상이 취약한 어린이였으니 눈 한 번 딱 감으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 듯싶다.

 

 

영화 극비수사를 보기 전 극장 로비에 붙어 있던 당시 유괴사건의 프로필들을 보았다. 한자 이름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한국인 중에 매()씨 성이 있던가. 기사의 진위를 떠나 이 영화의 결말을 유추할 수 있게 되자 궁금증은 그대로 휘발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알려진 대로 과연 수사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 어느 점쟁이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 뿐 인 셈이다. 대개의 수사 극이 그렇듯 이 영화도 사건이 발생하고 독특한 캐릭터의 형사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지고 예기치 못한 단서들이 등장하며 극의 흥미를 끌어올리려고 시도를 하는데 이 영화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주인공인 공길용이라는 형사가 조직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허둥거리고 있다. 아이의 생명이 달린 유괴범죄엔 우선 공개수사로 할 지 비밀수사로 할 지 선택을 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차이에서 오는 긴장감은 없다. 다시 말해서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유괴범죄의 중심엔 범죄 자체가 아닌 아이를 구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우직한 믿음과 그를 서포터 해주는 천리안 같은 점쟁이의 조언이 자리하고 있다.

 

 

대개의 형사물은 팀웍이 잘 발휘된다. 부패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도, 혹은 이중 플레이에 능한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도, 그것도 아닌 정통 형사물에서 비춰지는 경찰엔 믿을 만한 수하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런 장치들을 쏙 빼냈다. 오히려 범인보다 더 악질적으로 방해를 하는 경쟁부서원들의 농간이 보기 싫을 정도로 다뤄지고 있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범인이 보여주는 치명적이지 못한 악랄함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에 와서 범인의 정체와 범행동기가 밝혀지면서 이 영화의 시점이 최근이 아니라 무려 37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지금처럼 첨단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원들 간에 연락을 취할 휴대폰 조차 없던 시절이다. 구닥다리 무전기가 제 역할을 못하는 장면을 길게 삽입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다시 말해 범인도 형사도 그다지 스마트하지 않았던 시절 기를 쓰고 범인을 잡고 싶었던 한 형사의 애달픈 사연이 글자 그대로 오래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의 배경을 재현하기 위해 집어 넣은 여러 가지 장치들은 마치 소품 쇼를 보는 듯 하다. 부산 일대와 서울 여의도가 중심이 되는데 곽경택 감독의 페르소나인 부산을 제외할 수 없는 건 이해가 되지만 왜 굳이 하고 많은 곳 중에 여의도였을까 당시 여의도엔 국회의사당과 비행장 활주로에다 만들어 놓은 516광장만 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당시 서울 사람들은 집집 마다 화장실과 부엌이 딸린 개별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을 했다. 여의도에 조성된 아파트 청약 현장엔 긴 줄이 만들어졌고 거기서 살게 된 사람들은 부자 소리를 듣곤 했다. 이 영화에서 유괴된 아이의 부모의 직접적인 집은 아니지만 가진 자만의 이미지가 된 여의도 아파트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조직은 혁혁한 공을 세운 그에게 또 다른 강요를 하고 모진 소리를 못하는 강형사에게 기다림은 오히려 득이 되었다고 했다.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건과 실명 인물들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두 번에나 유괴당했다는 더 극적인 이야기를 묶어서 영화로 꾸몄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고 유괴범죄와 조직간의 알력 장면이 진전을 보지 못하며 덜컹거리기에 사건 해결과정에 집중을 하며 보기에 적합한 범죄물 영화로선 아쉬움도 없지 않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극비수사 (2015)

The Classified File 
7.8
감독
곽경택
출연
김윤석, 유해진, 송영창, 이정은, 장영남
정보
드라마, 범죄 | 한국 | 107 분 | 201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