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 [리뷰] 낯선 곳에서 살아가기

효준선생 2015. 6. 17. 07:30

 

 

 

 

 

 

이란 출신의 신예 여성 감독 애나 릴리 아미푸르가 메가폰을 든 영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기존의 영화 문법으로는 풀기 쉽지 않은 문제작이다. 또한 드물게 100% 흑백 영화인데다 아랍어로 소통하는 몇 안 되는 배우들의 모습이 무척 낯설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들이란 결국 남에게 해를 끼치고 살아서야 하겠냐는 상당히 동양적 가치관에 가까운 화법을 구사하고자 함을 눈치 채게 된다.

 

 

줄무늬 셔츠에 검은 차도르를 두르고 스케이트 보드를 탄 채 밤 거리를 활보하는 배드 시티의 한 소녀. 인적도 많지 않은 그곳에서 여러 사람이 그녀의 희생물이 된다. 그런데 그 소녀가 노리는 자들에겐 일종의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와 좋지 않은 사이라는 것이다. 처음과 달리 후반부엔 그 누군가가 바로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한 소년이라는 사실에 혹시 이 영화는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사랑을 담은 영화인가 싶기도 했다. 설사 멜로 장르라 하더라도 남녀 관계에서 오는 달콤함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 봐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안위를 느끼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뱀파이어 소녀 옷을 벗어 놓으니 또래 여자 아이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전매특허인 뾰죽한 송곳니도 필요에 의해서만 드러나고 오히려 프로그레시브 락을 즐겨 듣는 모습이 오히려 낯설 지경이다. 반대로 남자 아이는 마약에 찌든 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아버지와 빚 갚으라고 괴롭히는 펑크 남자 때문에 지칠 지경이다. 그리고는 파티에서 얻어 입은 드랴큐라 의상으로 뱀파이어 소녀와 어울리는 모습이 블랙 코미디 같아 보였다.

 

 

처음에 고양이를 훔치는 소년, 그리고 어느새 고양이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들을 바꿔 가며 처세를 한다. 어쩌면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정처없는 고양이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남의 나라에 와서 살아야 하는 이민자들의 눈에 그들은 스스로가 밤 고양이라고 여기는 지도, 그리고 모두가 꺼리는 뱀파이어 소녀를 대신해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피를 보면 본성이 드러나는 뱀파이어가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하는 장면은 아플 듯 하면서도 애틋하다. 그 이유는 자신이 마음을 두고 있는 소년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위한 희생은커녕 배려조차 드문 요즘 세상에 이 두 사람이 펼치는 배드 시티에서의 살아남기에 먹먹해질 지도 모르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2015)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 
7.4
감독
애나 릴리 아미푸르
출연
세일라 밴드, 아라쉬 마란디, 마샬 마네쉬, 모잔 마르노, 도미닉 레인스
정보
공포, 로맨스/멜로, 스릴러 | 미국 | 101 분 | 201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