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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 [리뷰] 제 것이 아니면 탐하지 말지어다

효준선생 2015. 6. 28. 07:30

 

 

 

 

 

 

언제 부터인지 버려진 세대들이 생겨났다. 혼자만 팍팍하게 사는 것은 아니라고 위로해 보지만 실체없는 위로가 무슨 힘이 되겠는가. 하늘에게 돈 벼락이라도 맞는 게 아닌 이상 지금 이 상황 좋아질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나 싶었던 찰나,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돈벼락을 맞았다.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은 코너에 몰려버린 30대 전후의 젊은이들의 지금과는 다른 세상살이를 스타카토 리듬으로 버무려 놓은 블랙 코미디다.

 

                   

 

무려 3개나 되는 돈가방, 그 안엔 만원 권도 아닌 오 만원 권으로 가득하다. 도대체 얼마나 되는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그 돈을 수중에 넣고 우왕좌왕하는 4명의 30대 남녀, 그 중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별다른 인연도 없으면서 싸우지 않고 돈을 나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돈은 없는 법. 잃어버린 자들의 추격과 한 번 수중에 들어온 걸 빼앗기고 싶지 않은 자들의 다툼이란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 영화에선 돈 가방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 핵심인 것 같지만 오히려 불안한 자신의 처지를 돈으로 보상받고 싶어하는 그 나이 또래의 심정을 건드리고 있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돈의 주인은 생각한 것과 달리 젊다. 이들 4명보다 크게 연상도 아니다. 자수성가한 것도 아닌 듯 하고 유산으로 물려 받지나 않았을까 싶은데 실제로는 돈을 되찾을 생각도 별로 없어 보인다. 단지 자신의 것을 멍청하게 빼앗긴 아래 사람들에게 대한 싱거운 짜증 정도다. 이렇게 억만 금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설사 그 돈을 다 제 것으로 만든다고 해도 제대로 쓸 줄도 모르고 거저 얻은 돈은 또 쉽게 잃는 다는 말이 있듯 과연 돈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지누라는 인물은 비정규직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 그는 딱히 드러나지 않는 조직의 하수다. 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직원에게도 얻어 맞는 운전이나 하는 신세지만 정규직에 4대 보험을 들어준다는 말에 희망을 걸어보는 신세다. 하지만 하는 걸 봐서는 그 정도로 만족하며 살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그가 견인차를 끌고 다니는 길다란 여자와 만나 운우지정을 이루고 거기서 작은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것에 인생의 희망을 예견했을까

 

 

영화에선 두 남녀의 사랑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만남이란 게 돈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여유, 동반자적 관계 이상을 그려내지는 못한다.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도 쑥스러운 수준이고 자기 몫의 돈을 챙겨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면 그만인 관계였다. 게다가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처지라고 굉장히 시사적이지도 않다. 돈이 생겼다고 불법 체류자의 신세가 화려하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 그들에게 제2의 인생을 도모하는 데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만 확인시켜줄 뿐이다.

 

 

영화는 30대 임에도 여전히 불분명한 미래를 목전에 둔 몇몇의 케이스를 등장시키고 그 반대에 있는 무리들에게선 먹이사슬같은 계급론이 존재한다. 그 사이엔 선정적인 장면과 괜한 폭력적인 장면들이 양념처럼 배어 있다. 이 영화를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로 결집시켜 잘 무쳐야 제 맛이 나는 잡채 같은 영화라 한다면 마지막에 고소한 참기름이 아닌 서양 요리에 어울리는 올리브 유를 떨어뜨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나의 절친 악당들 (2015)

Intimate Enemies 
7.6
감독
임상수
출연
류승범, 고준희, 류현경, 샘 오취리, 양익준
정보
범죄, 액션, 코미디 | 한국 | 109 분 | 201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