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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꼬마 유령 - [리뷰] 제 자리를 찾는다는 것

효준선생 2015. 6. 4. 07:30

 

 

 

 

 

 

 

오래된 고성엔 우윳빛 천을 뒤집어 쓴 듯한 작고 귀여운 유령이 살고 있다. 자정이 되면하루 종일 몸을 누이고 있던 작은 관을 나와 마음껏 유영하는 그 모습에 스스로는 자유를 느꼈겠지만 늘 어두운 밤 그것도 달랑 한 시간이라는 게 속이 상했다. 한 시간 뒤 다시 1시를 알리는 종 소리가 나면 마치 기면증에라도 걸린 듯 스스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 꼬마 유령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부엉이 아저씨는 여전히 밤을 지키는 중이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 꼬마 유령은 독일의 작가 오트 프리트 프로이슬러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을 옮긴 작품이다. 유럽 만화에서 느껴지는 투박함도 없지는 않지만 보다 아날로그적이고 무엇보다 이야기 구성이 주는 아기자기함에 많은 어린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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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꼬마 유령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실사로 촬영이 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북 유럽의 동화 속에 빠져 있는 것처럼 배경도 아름답다. 마을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박물관을 겸한 고성과 그 아래에서 정겹게 살아가고 있는 마을 주민들. 허당기 가득한 구조대원들과 덥수룩한 수염을 자랑하는 어른 남자들이 혹시 스칸디나비아 사람인가 싶었다. 동화의 원작은 독일 작가의 것이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역시 스웨덴일대로 추정된다. 말썽꾸러기 3인방이 공부하는 교실에 걸린 지도 역시 스칸디나비아의 것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단서가 되는 박물관 시계의 주인공도 그 옛날 이 지역을 호령하던 토르스테슨 장군이라는 인물이라니 그럴 법도 하다.

 

 

지금이야 나라의 국경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한 발만 내밀어도 국적이 달라지지만 옛날엔 국가 개념이 아닌 마을 개념이 강했던 이유로 작가는 아마 저 멀리 북쪽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의해 구전으로 내려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해본다. 어찌되었든 부엉이 아저씨의 조언으로 동네에 있는 시계란 시계를 죄다 12시 앞으로(뒤로) 돌려놓는 바람에 자정이 아닌 정오에 일어난 꼬마 유령, 햇빛을 받아 검게 변한 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모습이 인간 아이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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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결국 검은 색이 된 꼬마 유령과 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꾸러기 3총사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아이들은 늘 부모로부터 이것도 저것도 하지 말라며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하지 말라는 것을 해보며 그것에 대한 착오를 스스로 깨닫는 데서 시작했다는 걸 어른들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는 것을 통해 어른이 되었듯 이 아이들 역시 같은 방식대로 어른이 되어 갈 것이다. 마치 검은 꼬마 유령이 자기가 있을 곳은 밤 12시부터라는 사실을 직접 체험한 뒤에 비로소 깨닫는 것처럼 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꼬마 유령 (2015)

The Little 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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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알랑 그스포너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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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판타지 | 독일, 스위스 | 92 분 | 201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