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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따라지 : 비열한 거리 - [리뷰] 그 옛날 천장지구를 떠올리며

효준선생 2015. 6. 2. 07:30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성시대에 한국에 소개된 여러 편들의 영화들은 현실에선 보기 힘들면서도 홍콩에서라면 있을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았다며 환호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그 이면엔 가슴 터질 것 같은 젊은 시절의 반항심을 폭발 시키기에 그만한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윤발이 바바리 코트에 성냥개비를 물고 나타나 이수현과 함께 쌍권총을 남발하는 모습, 장국영이 전화부스에서 마지막 사랑고백을 하던 모습과 함께 유덕화가 연미복을 입은 채 웨딩드레스를 입은 오천련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텅빈 아스팔트 거리를 한없이 달리던 모습들은 시간이 참 많이 흘렀음에도 기억에 남아 있다.

 

 

위의 영화들은 각각 첩혈쌍웅, 영웅본색, 그리고 천장지구의 한 장면으로 인구에 회자되면서 따라 하는 청춘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천장지구의 마지막 장면은 그 당시 사랑 좀 해본 여드름 청춘에겐 정말 멋진 세레나데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영화 따라지 : 비열한 거리는 홍등가에서 일하는 여자와 그녀 곁에 머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 영화가 바로 천장지구를 오마주 한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주인공의 허름한 방 한 쪽에 붙여 놓은 영화 포스터가 바로 천장지구의 그것이었다.

 

 

세상 맨 밑 바닥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여자, 오늘도 손님을 받아 몸으로 대신하지만 그녀에겐 남자가 있다. 잘만 꾸미면 멀쑥한 모습을 한 남자는 우족을 끓이고 집에 돌아온 여자를 반기지만 그녀에겐 그런 남자가 마뜩치 않다. 차라리 나가서 돈이라도 벌어오면 좋으련만,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건 남자의 외조가 아닌 돈이었다. 빚은 그녀로 하여금 홍등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었고 그럼에도 무엇이 좋은 건지 남자는 여자 곁을 떠나지 못한다. 심지어 막말을 하고 거칠게 구는 데도 불구하고 남자는 지고지순의 모습까지 비춘다.

 

 

이들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어디선가 목돈이라도 떨어지면 빚도 갚고 지겨운 옥탑방 생활도 청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들을 점점 나락으로 이끌고 가는 건 움직일 것 같지 않은 가난만은 아니었다. 돈이 필요하지만 애초 그들의 몫이 아니었기에 돈은 다시 그들을 옥죈다. 이렇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그들에게 과연 좋은 날이란 언제일까. 영화는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긴장감이 맴돌고 없이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너무 모질게 몰아 붙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도 사랑은 할 수 있었던 그들에겐 지키고 싶었던 순간이었을 것 같다. 그 옛날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애틋함이 묻어 났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따라지: 비열한 거리 (2015)

6.9
감독
신동엽
출연
고세원, 한이서, 유재명, 반민정, 강승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85 분 |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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