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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밀한 유혹 - [리뷰] 그까짓 사랑 그 이상의 것

효준선생 2015. 5. 31. 07:30

 

 

 

 

 

 

 

영화 은밀한 유혹은 올드한 느낌이 물씬 난다. 그도 그럴 만 것이 50년대 소설을 모티프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는 일본 추리 소설의 한 축을 닮은 듯 하고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솜씨도 시대적 특징을 반영한 것 같았다. 전후(戰後)세계대전을 종식한 각국은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려고 애를 쓴다. 제한된 자원으로 나라의 부강을 우선시 하다 보니 50년대 개개인의 삶은 국가를 위해 투입되었고 그런 이유로 특히 여성들의 삶은 이리저리 치이기 일쑤였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 여자에게서 그런 냄새가 물씬 났다.

 

 

 

마카오에서 친구와 동업을 하다 사업을 말아 먹고 지금은 채권자들에게 쫒기는 신세. 빚을 갚지 못하면 몸이라도 내주어야 할 절박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그녀에겐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악바리 근성도 있다. 한국계 부자 노인의 수발을 들어주면 짭잘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해보겠다고는 하지만 그게 그녀의 발목을 잡아챌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미리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게 시작한 뜻밖의 생활은 그녀로 하여금 자꾸 이상한 선택을 강요한다. 물론 그녀의 의지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어느 재벌 하나가 본 부인을 두고도 춘정이 일어 여자를 탐하는 바람에 얻어 데리고 온 자식으로 인해 가족들 간에 분쟁이 일었다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은 이미 수없이 들은 바 있다. 누구냐고 예를 들어보라 해도 망설일 것도 없는 그런 일들 사이로 최소한 금 수저는 아니더라도 동 수저는 물고 태어난 아이에게 제 아버지의 존재란 떨쳐 버릴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돈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연모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부재가 어린 시절 그에게 준 쓸쓸함 따위를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의지는 결국 성인이 된 뒤 금전적인 보상 말고 무엇이 더 있겠는가.

 

 

이 영화는 부자들만의 다툼 속에 소모품으로 끼어 들어간 한 여자의 서글픈 부조리극이지만 묘한 구석은 따로 있다. 인생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도 그렇다고 마냥 비관만 할 필요도 없다는 보편적인 진실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 준다. 비록 사랑이라는 녀석은 남자와 여자 사이를 메우지도 못했지만 애초 어울리지도 않았던 남녀 사이에서 추상적인 사랑 따위보다 차라리 묵직한 금은 보화가 더 끌리지 않겠는가. 화려한 요트 안에서의 제한된 마주침으로 인해 연정이 끌어 올랐던 것은 그동안 그녀의 사랑이라는 게 하룻밤에도 이뤄질 수 있는 수준일 수도 있고 돈을 위해선 언제 죽을 지 모를 노인과의 결혼을 결심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본심일 수도 있다.

 

 

영화는 이렇게 부나방처럼, 쌓아 놓은 돈 무더기를 향해 돌진하는 무리들의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남자와 여자의 로맨스를 다소 섞어 놔서 멜로의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두 사람 간의 정사 장면도 부재하고 결정적으로 연모를 느낄 수 없었던 한 쌍이었다. 약간의 노출이 두 사람의 관계를 근접하게 만들어 것으로 여겼다면 오독일 뿐이다. 그런 사랑이 오래 갈 것 같지도 않았다. 요트 안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보니 좀 딱하다는 느낌이 든다.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이 있을 것 같은 데도 내색을 시원하게 하지 않는다. 그건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키맨이 누군지, 그리고 돈 주인이 죽은 뒤 그 돈이 누구에게 흘러가게 될 지 너무나 뻔히 알아 버린 터라 긴장감이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등장하지도 않을 반전 따위를 기다리다 보니 이야기가 생각지 못한 곳으로 빠져 버리고 각각의 캐릭터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도 불필요해졌다.

 

 

돈을 둘러싸고 벌이는 신경전들은 지금의 가치관이나 윤리적, 법적 시스템만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영화는 아주 오래된 서양의 어떤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코빼기도 찾기 힘들어진 세태에서 자신을 찾아온 행운을 마주하는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봐주면 맞겠다.  인생은 결국 로또 같은 것이란 말일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은밀한 유혹 (2015)

Perfect Proposal 
7.3
감독
윤재구
출연
임수정, 유연석, 이경영, 박철민, 도희
정보
범죄, 로맨스/멜로 | 한국 | 110 분 | 201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