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무뢰한 - [리뷰] 사랑, 그 신랄함에 대해서

효준선생 2015. 5. 29. 07:30

 

 

 

 

 

 

강력 범죄 용의자가 밝혀졌다. 이제 잡기만 하면 다 끝인데 워낙 신출귀몰한 지라 잘 잡히질 않는다. 마지막 수단으로 놈의 애인이자 작은 룸싸롱 마담으로 있는 여자에게 형사 하나가 접근한다. 그리고는 자신을 영업상무라 칭하며 그녀에게 접근한다.

 

                     

 

영화 무뢰한은 굉장히 투박하다. 영화를 꿰뚫는 빛도 심장을 울리는 음악도 없고, 주인공들이 오고 가는 거리도 한결같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그 안에서 곰삭은 인생을 연기하는 한물간 접대부 여성을 연기하는 전도연이 놓여 있지만 오로지 그녀의 연기만 찬양하기엔 이 영화 어딘가 많이 불편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30년 전쯤 한국엔 호스티스 영화라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들이 판을 쳤다. 사회 계층 맨 아래에 있던 그녀들은 몸을 이용해 생계를 꾸렸고 모든 게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그녀들을 대상으로 값싼 연애를 하거나 범죄를 일삼는 양아치들의 이야기. 그런 게 먹혔던 시절이라는 건 다시 말해 세상의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 할 수 없게 한 작용이라는 말이다.

 

 

물론 이 영화를 그 옛날 있었던 호스티스 영화의 아류작이라 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아 있다. 경찰이 존재하고 여주인공도 드러내고 호스티스라는 말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경찰이 범인을 잡는 범죄 스릴러가 아닌 치정 멜로에 가깝다는 반응이고 보니 문뜩 떠올랐던 명사다. 경찰과 범죄 용의자의 내연녀가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황당한 가정은 이 영화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사실 억지스러운 면도 적지 않다. 마담 주변에 있는 무리들도 한 다리만 건너면 남자가 누군지 뻔히 아는 마당에 귓등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단 말인가.

 

 

또 하나 경찰 조직의 일원이라고는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종의 잠복 수사와 관련해 아무도, 심지어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방치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들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경찰관이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 중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 중임에도 자신의 마음을 열어 줄 수 있는 사람을 갈구할 수 있는 지를 묻는다. 한 남자에게 사랑은 또 다른 남자에겐 천추의 한이 되는 순간이다.

 

 

같은 사랑을 두고 두 사람이 재단을 하는 건 정말 불편하다. 한 여자에게 강도와 경찰 중 누굴 고르겠냐고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두 남자와 각각 잠자리를 하고 나서의 여자의 표정이 묘하다. 경제적 궁핍때문이라고, 사랑에 굶주려서라고 하기에도 모두가 만족스럽지 않다. 영화 제목처럼 무뢰한은 사람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사랑은 생각보다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임을 얄밉게 알려주는 이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무뢰한 (2015)

The Shameless 
7.9
감독
오승욱
출연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 곽도원, 김민재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