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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 - [리뷰] 시선이 갖는 편견을 깨는데 일조하다

효준선생 2015. 5. 22. 07:30

 

 

 

 

 

 

첩보원이나 스파이 영화에서 주연은 대부분 마초적 성격의 남자들이 도맡아 왔다. 간혹 등장하는 여성들의 역할이나 그들을 보조하거나 혹은 나이 많은 상관 정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 스파이는 아예 대놓고 여성 첩보원의 신랄한 등장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 이유로 다음 시리즈도 가능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과연 저런 캐릭터의 여성 스파이가 지속 가능할까 하는 우려도 되었다.

 

                  

 

영화 스파이의 시작은 늘 그렇듯 참기름 병에서 뽑아낸 듯 멀쑥한 남자 요원의 활약상으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 또한 무슨 전략인지 특수 렌즈와 이어폰을 통해 원격 제어 시스템을 가동하고 그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미션에 성공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이어폰으로 일일이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여자다. 이 지점에선 고리타분한 맥거핀이 하나 있다. 남자는 밖에 나가서 사냥을 하고 여자는 집안에서 생육과 가사를 돌본다는 설정말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이내 깨지고 만다. 아니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가 발휘된다.

 

                 

 

로 남자 요원이 죽게 되고 뒤를 이어 내근만 하던 여자가 필드에서 뛰기로 작정을 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그 여자 요원의 면면이 과연 저런 스타일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필드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누구라도 할 것 같다. 뚱뚱하고 작은 체구를 비웃은 건 아니지만 스파이라는 직업이 주는 일종의 선입견에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차별하고도 거리가 멀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맥가이버 처럼 손재주도 좋고 심지어 무력 사용도 원할하다. 그 무엇보다 담력도 무척 좋다.

 

                  

 

그럼에도 저런 여자가 무슨 스파이냐라는 비아냥은 계속되고 여기에 절대 굴하지 않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챙겨가는 모습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제거해야 할 대상과 끔찍한 무기를 탈취해야 하는 미션을 가진 그녀. 그녀 주변에서 돕는 사람과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 혼재하고 무슨 내용으로 끝이 날까는 예상할 수 있어도 어떤 장면으로 마무리 될까는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이 영화. 어느새 자꾸 보다 보니 정감이 든다.

 

                 

 

최고의 상남자인 제이슨 스태덤과 오락가락하는 캐릭터로 여전히 멋진 모습을 자랑하는 주드 로를 심지어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 영화는 오로지 멜리사 매카시를 위해 조작된 영화임을 알게 된다. 007이나 킹스맨 류의 영화와 흡사하고 미국보다는 영국 스파이 영화의 문법을 차근차름 밟았다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코믹함 때문에 핵무기 탈취라는 엄중한 사건이 유희적인 해프닝으로 마무리 된 점이 아쉽지만 여자 첩보원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작점을 알린 의미는 있어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