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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드 퍼슨 - [리뷰] 펜끝으로 모여 드는 사랑이야기

효준선생 2015. 5. 19. 07:30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랑은 몇 가지나 될까요? 그리고 그 사랑이 모두 하나의 끈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나요?” 영화 써드 퍼슨은 흔할 것 같지만 흔치 않은 사랑에 힘들어 하는 여러 남녀들의 이야기를 짜 넣은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시작부터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 수 있는 이름있는 배우들이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 분주히 연기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은 이 영화는 마치 옴니버스 영화 인가 싶은 느낌이 든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배우들 뒤로 펼쳐지는 장소들이 뉴욕과 파리, 그리고 로마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각지를 오고 가는데 한 나절도 걸리지 않아 떨어져 있다고 해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런데 이 영화 속 세 군데의 대도시는 도시 생활을 벗어나기 힘든 도시인들의 사랑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지 반드시 그 곳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중간부분에선 분명히 다른 공간에 있는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스치는 우연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영화의 독특한 구성에 대한 가벼운 언질인 셈이다.

 

                 

 

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세 쌍, 여섯 명이다. 글을 쓰는 남자와 그를 멘토라고 부르는 여자, 아이를 두고 전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인 여자. 그리고 낯선 도시에서 만난 정체 불명의 여성과의 인연에 동정과 연민으로 고민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마치 크림 속에 절묘하게 수놓은 바닐라처럼 녹아 든다. 그들의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순탄한 사랑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각각의 사랑들이 마치 또 다른 연정과 엮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랑이 일대일 구조였다면 인간들의 사랑 타령이라는 게 이야기가 될 리 없다. 사랑하는 사랑 곁에 있는 또 다른 사랑에게 사랑한다고 나타난 사람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이며 그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사람에겐 지우고 싶은 일 밖에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떼내고 말아 버리지 하고 조언을 해주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사랑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제 3자가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순간적인 일탈이라거나 사랑이라고 선언한 뒤에 올 이야기들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 영화 제목이 제3자라는 뜻이다. 그들이 사랑함에 있어 뭔가 해준 것도 없는 제3자의 입장에서 조금은 답답하고 조금은 더 밀어주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묘하다. 수동적으로 보는 입장임에도 또 다른 누군가가, 그들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읽어내는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그가 바로 이 영화의 지휘자인 폴 해기스라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폴 해기스는 확실하게 자신을 영화에서 작가로 나오는 리암 니슨에게 투영하고 있어 보인다. 그가 타이핑을 하면서 드러나는 몇 개의 알쏭달쏭한, 시적인 표현들. 그리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흩날리듯 출현과 소멸을 반복하는 주연배우들.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굵기의 차이는 있을 망정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기묘한 체험을 하는 순간, 이 영화는 그저 흔하디 흔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 영화의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캐스팅만으로도 멜로 드라마의 어벤져스 급이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늘 형님 액션의 대명사로 선을 보였던 리암 니슨은 그레이 로맨스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확신시켜주었고 세 명의 여배우 역시 절대 다른 배우들에게 밀릴 수 없다는 마음으로 연기력을 뽐냈다. 만약 그들이 오로지 한 사람만의 러브 라인을 서포트해주기 위해 이 영화를 찍었다면 영화의 균형감각은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절묘하게 배치된 그들 각자의 분량과 서로 다른 사랑에 매몰되어 가는 캐릭터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써드 퍼슨 (2015)

Third Person 
9.2
감독
폴 해기스
출연
리암 니슨, 밀라 쿠니스, 애드리언 브로디, 제임스 프랭코, 올리비아 와일드
정보
미스터리, 로맨스/멜로 |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 137 분 | 201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