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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인라커 - [리뷰] 쥐는 고양이를 물 수 있을까

효준선생 2015. 5. 20. 07:30

 

 

 

 

 

 

 

잠시 보관하는 공간의 코인라커는 유목민의 삶을 닮았다. 오랫동안 머물 수 없기에 다시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운명, 라커 안은 좁고 어두운 공간이지만 밖에서 시건 장치만 해둔다면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독특한 곳. 그런데 그 안에 무생물이 아닌 살아 숨쉬는 생물, 그것도 사람이 갇혔다면, 아마 누군가 발견한다면 소스라치게 놀라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그곳뿐인 사람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안식처가 되는 셈이다.

 

                  

 

영화 코인라커는 한 젊은 부부와 그들의 아들로 구성된 가족이 어떻게 상처를 입고 그 덧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지를 거칠고 매몰차게 그려낸 하드 보일드한 성향의 감성 드라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이른바 사회에서 제대로 선택 받지 못했거나 지금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서성거린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부분은 지금의 상황보다 조금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이 하루를 근근이 버티는 중이라는 표현이 맞다.

 

                  

 

한때는 잘나가던 복싱 유망주지만 손에 대서는 안될 것에 빠지는 통에 그의 가정은 파괴 직전에 다다른다. 생활력 강한 아내는 자폐증 아들과 이곳 생활을 접고 아는 언니가 사는 뉴질랜드로 가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못한다. 이들을 옭아매는 건 이른바 벽()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다. 사채는 부부를 궁지로 몰고 그러나 백척간두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 그런데 묘한 부분이 있다. 영화에선 사채업자 역시 상당한 비중으로 나오는데 그가 기를 쓰고 돈을 받아내려는 상대가 바로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다. 뻔히 돈 나올 곳이 없음을 잘 알고도 마치 미친개처럼 뜯어 내는 모습이 약한 자에게 더 악랄하게 구는 소인배처럼 보였다.

 

                  

 

사채를 둘러싸고 부부와 사채업자 간의 물고 물리는 추격이 이어지지만 결코 1:2의 구도가 아닌지라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등장한 에피소드들이 지금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각종 일탈적 행위들의 대표 사례들이다. 실업, 도박, 사채, 폭력을 동반한 추징, 매춘, 강도, 이민등등. 큰 줄거리만 따라가다 보면 독한 마음으로 끊어 내지 못하고 있음이 답답하기만 한데 가진 것 없는 그들로서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애처로움이 든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그렇게 손에 쥔 돈이 과연 그들에게 새로운 삶에 도움이나 될 수 있을까

 

                   

 

영화는 거친 면이 적지 않다.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사용한 폭력적인 장면들이 아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을 감게 만들지는 않는다. 특히 주인공 부부 이상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낸 사채업자 역할의 정욱은 야비하고 끈질긴 면을 자랑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희극적인 모습도 선사한다. 사채업자 두목으로서의 면모와는 살짝 동떨어지는 모습들 때문이었다. 그런 장면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무미건조했을 수도 있었다.

 

                   

 

삶이 팍팍하다.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고 하고 덜 가진 사람들은 앞으로 닥쳐올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부담감으로 시름겨워 한다. 이 영화는 부모로서의 역할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결국은 절벽에 매달린 채 위가 아닌 옆에 같이 매달린 사람들의 허리춤을 부여잡고 있는 인간 유형을 그린 영화라 하겠다. 연민이라는 감정이 폭발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외면만 하기에도, 혹은 동정만 하기에도 내 자신의 삶도 여유롭지 못한 듯싶어 조금 답답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코인라커 (2015)

8.7
감독
김태경
출연
손여은, 이영훈, 정욱, 편보승, 정우진
정보
드라마 | 한국 | 95 분 | 201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