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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 - [리뷰] 초심으로 돌아가다

효준선생 2015. 5. 21. 08:30

 

 

 

 

 

 

협동심과 개인기가 골고루 발휘되면서 뿜어져 나오는 아카펠라의 아름다움은 바로 화음에 있다. 대중 음악계에서 아카펠라만으로 승부를 거는 팀은 거의 없지만 음악이 주는 순수성은 일단 인정하고 볼 일이다. 영화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에 배경이 되는 대학 동아리 팀인 벨라스는 긴 역사를 가진 아카펠라 서클이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피치 퍼펙트에선 위기에 처한 벨라스에 새로운 멤버들이 영입되고 점점 팀워크를 다져가며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영화에선 졸업시즌을 앞두고 각자의 진로와 이성 문제, 그리고 팀에 대한 열정은 변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얼개를 짜놓았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극중에서 아카펠라 경연을 중계하는 여성 캐스터로 나온 배우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맡아 여성이 처한 위기와 입장에 대해 전보다 보다 강렬한 어조로 주장하고 있다. 비록 학교는 남녀 공학이지만 여초 영화다 보니 무척이나 수다스럽다. 여성들 특유의 화법과 요란스러움이 있지만 더불어 놓치지 않는 하나가 또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멤버들 간의 지나친 경쟁의식이나 질시 같은 것은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영화적 효과를 억지스럽게 꾸미지 않았다. 무려 10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한데 모여 살면 분명 예기치 못한 부분도 있을 법한데 이들은 모두 가족같은 분위기로 뭉쳐 놓는 것이 있고 그건 바로 음악이었다. 

 

 

아카펠라 팀에 걸말는 음악은 그녀들은 결코 이런저런 난관 앞에서도 포기하게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좀더 열심히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간다. 오히려 외부의 적에게 포커스를 둔 경우도 있는데 벨라스를 시시각각 위협하는 경쟁상대로 나온 다스 사운드 머신이라는 팀의 화력이다. 극중에선 독일 선발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우월한 신체와 폭발력이 대단한 팀 컬러를 선보인다. 이 점에선 여성적인 취향이 돋보이는 벨라스와는 정 반대에 있도록 배치한 셈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벌어진 세계 대회에서 맞붙은 두 팀의 경연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이 두 팀을 중심으로 다양한 팀들의 음악을 듣는 건 몸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기분좋은 일이지만 초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전편과 달리 이제 이들도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해야 하고 그런 연유로 각자가 생각하는 진로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팀의 프로듀서로 나오는 베카는 인턴으로 레코드 제작업체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되는데 100% 학생일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그녀를 압도한다. 다시 말해 자기만 즐거운 음악이 아니라 대중이 선호하는, 즉 팔리는 음악을 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러 그녀는 조금은 다른 장벽을 느끼게 된다. 전편에서 까칠한 선배로 나왔던 오블리도 펜션 주인으로 잠시 등장하는데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 역시 비슷한 뉘앙스를 띤다.

 

 

최근에 음악을 들으면 어느 한 장르가 잘되면 너도 나도 베끼기에 급급하고 보다 강렬한 것을 추구하는 대중에 입맛에 맞게 간을 잔득한 짜디짠 음악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래서 노래가 담고 있는 메시지 전달도 불충분하고 한바탕 광란의 춤판이 끝나면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 가사는 하나도 안 남고 몇 마디 멜로디만 흥얼거리게 된다. 따지고 보면 아카펠라는 그런 현상에서 정반대에 위치한 음악 장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틀을 하는 과정을 보니 참가한 팀 마다 과연 저런 걸 아카펠라라고 할 수 있나 싶게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심지어 둔탁함이 먼저 다가왔다. 승부의 순간, 손이 올라간 팀은 역시 아카펠라 본연의 맛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비단 혼자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벨라스 멤버들은 이제 졸업과 동시에 각자의 자리를 찾아 갈 것이다. 이번엔 새로운 멤버 한 명을 영입하는데 그쳤지만 만약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이들은 모두 누군가의 전설 속의 선배들이 될 것이다. 1기부터 시작해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한 음악 영화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돌아 보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바로 아카펠라 음악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2015)

Pitch Perfect 2 
9.8
감독
엘리자베스 뱅크스
출연
안나 켄드릭, 헤일리 스타인펠드, 르벨 윌슨, 엘리자베스 뱅크스, 케이티 사갈
정보
코미디, 뮤지컬 | 미국 | 114 분 | 201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