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명량 : 회오리 바람을 향하여 - [리뷰] 남도의 흔적을 찾다

효준선생 2015. 5. 18. 07:30

 

 

 

 

 

 

 

성웅으로 알려진 이순신에 대한 많은 일화들은 매우 극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나약했던 조선의 왕과 대조적으로 사욕을 버리고 애국과 충정의 상징이 된 그. 한국 사람이라면 일말의 의심도 있어서는 안될 상징과도 인물이지만 우리가 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요즘 아이들은 위인전은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 어릴 적인 빈부를 가리지 않고 집집마다 위인전 세트가 꽂혀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아이들이 문방구를 겸한 서점에서 낱권으로 사서 읽었던 책도 대개는 위인전이었다. 별 달리 놀만한 거리가 없었던 당시의 아이들은 99% 긍정적인 이미지로 분칠된 위인들을 보면서 자신의 롤 모델 하나씩을 마음에 새겨 두었고 그 중에서도 많은 아이들은 이순신을 선택해서 이야기를 했다. 왜 그랬냐 하면 당시 국민학생들에겐 일종의 통과의례였기 때문이다. 군부 독재 시절, 자신들의 쿠데타에 대한 면죄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군인 출신의 옛 선인들을 끄집어 내서 이야기를 순화 시키고 그걸 아이들에게 주입시켰다. 애국과 충효가 최우선의 가치가 되었던 시절 이순신만큼 드라마틱한 인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에 대한 반발로 김유신, 강감찬이나 을지문덕으로 선회한 아이들도 있지만 이순신을 이기지는 못했다. 아무튼 이순신은 동전에다 새겨질 정도였으니 한국인의 이순신에 대한 사랑은 각별한 셈이다.

 

             

 

지난 해 명량이라는 영화가 당분간은 깨지기 힘든 박스 오피스 스코어로 극장가를 석권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감독과 주요 출연 배우들이 나서서 진짜 명량해전이 어떻게 발발하게 되었는지 영화 명량 :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를 통해 400년 전 당시 장군이 갔을 법한 호남 땅 일원을 직접 발로 밟고 다니는 과정을 따라 나섰다. 이순신이 두 번의 왜란을 거치며 순탄하지 인생을 경험한 것은 익히 잘 알려진 바고 명량해전 직전에도 그 처지가 바뀌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그는 멸사봉공의 자세로 왜군들의 침략노선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저지할 방법을 강구하며 대책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명량해전이 벌어진 울돌목으로 가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해군장수가 아닌 육지에서 험로를 개척한 일개 장수의 모습만 상상할 뿐이었다. 삼도 수군 통제사 교지를 받고, 구국스님들과 힘을 합치고 군량미를 확보했던 곳하며 무기를 마련했던 장소를 훑어보며 4명의 남자들은 걷고 자전거를 타고 들리는 장소에 그들의 흔적을 심어 놓았다.

 

              

 

이 영화는 15일동안 450km의 여정을 담아 냈다. 거의 서울에서 부산 거리인데 편한 산책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 하지만 그 옛날 장수와 졸개들이 어렵사리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지났던 길에 선 것이다. 특히 멤버들 중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일본인 오타니 료헤이가 포함되어 일본인의 시각에서 본 왜란에 대한 인식을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우린 역사에 대한 인식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시험에 나오지 않으면 임진왜란이나 이순신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그나마도 어른이 되면 극히 단편적인 이미지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흔한 00로드나 00루트도 거의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역사에 언급된 여정을 따라 마치 순례하듯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그 이유는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들도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순례를 마치면 표창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에 나왔던 네 남자의 행군에 가까운 여정은 잘만 살리면 또 하나의 의미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던 이면엔 그 전부터 차분히 준비해왔고 자신이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얻었던 과정은 영화에선 많이 생략되어 있다. 재미와 극적 효과만을 위해 만들어졌던 영화의 뒷 이야기를 따로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 누군가는 했어야 했을 일들을 하고 난 뒤의 보람은 영화 흥행 이상의 감흥을 그들에게 선물하지 않았을까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2015)

Roaring Currents: The Road of the Admiral 
10
감독
정세교, 김한민
출연
김한민, 오타니 료헤이, 이해영, 장준녕, 권율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5 분 | 201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