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이 페어 웨딩 - [리뷰]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 위에서

효준선생 2015. 5. 16. 07:30








몇 년개인의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라는 다소 뜬금없는 유행어가 나돈 적이 있다. 무슨 소리인가 봤더니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서로 남들은 잘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거두어 달라는 완곡한 호소의 방편이었다. 남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언제 시작된 것인지 의심은 되지만 확언하기엔 좀 어려운, 모든 사람은 일렬로 줄을 서야 하고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남자는 군대로 다녀와야 하고 번듯한 회사를 다니며 참한 이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결혼도 하고 둘 정도의 아이를 생산하고 다시 그들을 교육 시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야 하는 것들. 한동안 한국 사회는 이런 틀 안에서 거의 일탈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굴러왔다.


 


하지만 그런 궤도를 달리던 열차가 조금씩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먹고 사는 때문이었다. 지금 한국은 피로사회다. 거의 모든 방면에서 각자도생하며 알아서 사는 분위기다. 나라의 큰 어른도 없고 소위 위정자들도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고 쩔쩔 매거나 음흉한 사욕을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재벌이나 기업가 마인드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문화 예술계 사람들이라고 별반 행복해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먹고 살기 위해 뭔가를 내놓고는 있지만 그거로 그들이 지향하는 혼에 다가서기엔 너무나도 세속적이고 일천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내일을 꾸밀 수 없게 되어 버린 세상에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 세상에서 그저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 비롯한다고 하지만 우린 하지 못하게 막는 것들로 인해 불행하기도 하다. 누가 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 행복할 수 있다면 이 답답한 세상에서 숨 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쁨인데, 가질 것 이미 채워 놓은 채 다른 사람들이 채우려고 하는 꼴을 보기 싫어하거나 혹은 지극히 개인적인 맹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백안시 하는 무리들이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과 동류의 무리를 규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 날의 사는 모습은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광범위 해졌다. 사세동당(四世同堂)이라는 말도 있듯 여러 세대의 가족이 한 울타리에 모여 사는 것을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라고 봤던 그 예전부터 1인 가구가 절반 가까이 될 것이라는 요즘을 비교하면 천양지차의 구분인데 어느 것이 옳고 그른 지를 따지는 것 조차 무의미한 세상을 살고 있다. 오죽하면 혼자 살겠냐는 의견부터 차라리 혼자 사는 게 속 편하고 좋다는 당연론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만든 동물인지라 혼자서는 살아도 아무하고도 같이 살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지는 않는 모양이다.


 


지금은 이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바로 동거다. 사랑하고 혼자보다는 힘이 될 것 같아 결혼이란 사회적 합의를 앞에 두고 같이 사는 것을 말하지만 막상 당사자들도 결혼이라는 관문을 앞두고는 주춤거리는 모양이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혼이 주는 구속력이나 의무감이 둘이 살면서 얻게 되는 안정감보다 앞선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쯤에서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을 언급하자면 이 영화는 영화계에서는 유명한 김조광수와 김승환이라는 두 남성의 결혼식을 엔딩에 둔 영화다. 결혼은 당연히 이성간에 이뤄져야 한다는 통념 앞에서 그들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문 앞에서 노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한국의 현실에선 그들의 결혼을 법적으로까지 인정해줄 리 만무하다. 이 영화는 다급할 정도로 두 사람의 결혼을 승인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동성 커플을 내세워 동성애를 조장하는 영화도 아니다.


 


일견 그 두 사람은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 동안의 이야기가 어찌된 사연을 안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카운트 다운을 해가며 결혼식 당일을 향해 걸어가는 두 사람 주변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연출하고 후반 작업을 해준 영화 스탭들과 영화 프레임 안에 나와 쉽지 않은 인터뷰이로서의 역할을 해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영화 속에서, 그리고 영화계에서 다양하게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직간접적으로 그들의 하나됨에 대해 약간은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당연해 보였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데 비단 길만 깔리진 않았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계천 어느 다리 위에서 열린 결혼식장에 난입해 난 이 결혼에 반대일세를 추잡하게 외친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면서, 과연 저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를 고민해 보았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소 무겁고 예사롭지 않은 소재의 영화라고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영화엔 동성 커플이 나오지만 그들의 육체적 사랑을 그린 영화도 아니고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이 이성애자들이 그렇듯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들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만약 저 두 사람이 동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모두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경우라면 다른 사람들은 이들의 결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도 떠올려 보게 된다. 우린 사실 너무나 많은 심리적 장벽을 치고 사는 지도 모른다. 피부색이 달라서, 국적이 달라서, 나이차가 너무 난다는 이유로, 혹은 종교적인 차이나 장애를 안고 있다고 하는 이유 등으로. 결혼은 오로지 남들이 하는 대로만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서도 혼수니, 양가의 수준이니 하며 다툼을 하는 걸 보면 다름에서 오는 차이는 종류의 차이일 뿐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말했다. 좋으면 지들끼리 조용히 살면 되지 왜 동네방네 떠들며 물의를 일으키냐고, 영화에서도 얼핏 나온 이야기다.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냥 산다는 것과 우리는 이런 삶을 살고 있지만 이렇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길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 이미 언급했지만 그들은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에선 큰 고민은 없어 보인다. 지인들과의 우의도 돈독해 보인다. 그들의 결혼을 퍼포먼스라고 한다면 섭섭해 하겠지만 그들은 이미 몇 걸음 저 앞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또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처럼. 그런 길들이 여럿 난다면 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선택의 고민을 안겨 주는 것일까 아니면 좀더 편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판단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이 페어 웨딩 (2015)

My Fair Wedding 
0
감독
장희선
출연
김조광수, 김승환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94 분 | 201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