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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 [리뷰] 옛 추억은 우정을 도탑게 하다

효준선생 2015. 5. 15. 07:30







소녀감성이 물씬 났던 영화 하나와 앨리스가 프리퀄 형식을 빌어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났다. 영화 러브레터의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는 영화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을 통해 하나와 앨리스가 어떻게 친분을 쌓게 되었는지를 그들의 학창시절로 돌아가 조명하고 있다. 그녀들의 14살 시절의 이야기는 앨리스가 한적한 시골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시작된다.


 


이 영화는 2D이면서도 수채화 톤이 강렬하고 새로운 촬영기법을 사용해서 프레임이 많이 사용되지 않았으면서도 움직임의 디테일이 정말로 사람들의 동작을 구현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모습들이 순수했던 그녀들의 어린 시절을 구현하는데 최적화되어 있고 어딘가 의문스러워 보였던 하나의 정체성,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사유를 묘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앨리스에게 새로운 학교는 적응기간이 필요해 보였다. 왕따까지는 모르겠지만 은따의 기운이 느껴지고 그걸 극복하는데는 앨리스의 외향적인 성격도 한 몫 한다. 이지메라고 부르는 한 아이에 대한 집단 따돌림이 심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일쑤인 일본에서라면 이 영화 속 앨리스에 대한 급우들의 행동은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앨리스는 그런 통과의례를 스스로 이겨낸다는 데 무척이나 대견스러워 보였다. 반면 하나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하나는 앨리스 보다 한 학년 위로 나온다. 그녀는 작년에 학교에서 벌어졌던 모종의 사건(부제에 달린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도의적 책임으로 인해 스스로를 가둔 상태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데 이렇게 앨리스와 하나의 만남이 계기가 된 것도 기실, 앨리스의 적극적인 성격 때문인 셈이다.


 


우리도 비슷하지만 일본 사람들도 공간에 대한 터부가 심한 모양이다. 자기가 사는 집에 예전에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면 뭔가 께름칙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데 이 영화에서도 그런 동기가 나온다. 과연 앨리스와 하나는 무엇 때문에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게 된 것이고 아직은 어린 나이인 그녀들이 과연 그런 위중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


 


집에만 머물던 하나가 집 밖으로 나오게 된데는 앨리스의 수고가 컸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풋사랑에 대한 일종의 기억 따라가기라고 보면 된다. 마음에 간직하고 있던 이성에 제대로 고백조차 못하고 그 반대급부로 엉뚱한 행동을 한 것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마음을 상처를 안고 사는 소녀의 마음 씀씀이. 그걸 다시 회복하는 길은 간단해 보였다. 죽이 맞는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서 보는 것이다. 하나와 앨리스라는 가공의 두 소녀에게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은 낯설다. 사랑한다고 고백조차 하기에도 버거운 나이, 요즘과는 세대 차를 느낄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하나와 앨리스가 실사 영화로 나왔던 적이 언제고, 그녀들이 다시 과거로 돌아갔던 때라면 지금과는 확연하게 다른 정서로 숨쉬고 느끼던 시절이다.


 


단순한 기억과 달리 추억은 아름다움을 수반하다. 더욱이 풋풋했던 첫사랑의 감흥을 떠올리는 건 지금은 어떤 상황이든, 또 사랑의 결실이 맺어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아름답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가 지향하는 쌉싸름한 추억 여행은 보는 관객 모두에게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는 동질감을 선물하게 될 것 같다. 영화 하나와 앨리스를 보지 못해도 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무리가 없음은 바로 이런 보편적인 정서 때문이기도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2015)

The Case of Hana & Alice 
10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아오이 유우, 스즈키 안, 카츠지 료, 쿠로키 하루, 키무라 타에
정보
애니메이션 | 일본 | 99 분 | 201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