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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일드 테일즈 : 참을 수 없는 순간 - [리뷰] 스트레스 해소, 대리만족의 쾌감

효준선생 2015. 5. 14. 07:30





* 씨네필 소울이 뽑은 5월의 추천작




 

나이 들면서 변화가 있다면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에 둔감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과수(果樹)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하는데 하물며 신경 쓸 일 많은 사람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세상에서 맞서 싸우려면 시쳇말로 강철 멘탈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만 외적으로는 이겨낸 것 같아도 속으로는 끙끙 앓으며 사는 형편이 된다. 그런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지만 사회 생활하며 늘상 사람과 사람이 맞부딪치다 보니 스트레스를 차라리 즐기면 낫지 않을까 하는 인지 부조화 현상까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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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본을 돌려 보니 한국의 정반대에 있는 나라는 바로 아르헨티나라고 한다. 이렇게 멀고도 먼 아르헨티나에서 온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바로 영화 와일드 테일즈 : 참을 수 없는 순간이다. 그 강도가 예상 범위를 뛰어 넘는 건 어쩌면 만만하게 봐온 스트레스에 대한 그 나라 사람들의 다양한 대처 방법에 놀랐고, 결과에 이르러 보이는 깜짝 놀랄 해프닝에 어안이 벙벙해졌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우리가 속으로 참고 그렇게 참는 게 이기는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정신 승리법과는 전혀 차원이 달랐기 때문에 오는 문화적 충격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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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서 나온 비행기가 멀쩡한 노부부를 덮치는 장면은 꿈 속에서 드물지 않게 봤던 장면이라 놀랐다. 예전 자칭 꿈 해몽가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요즘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아니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여의치 않은 모양입니다라고 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꿈 이야기보다 더 놀랐던 건 몇 달 전에 있었던 모 항공기 추락 사건이 바로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와 너무나 흡사해서였다. 비행기 기장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마지막 인생 역투가 기가 막힌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타인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한다.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꾸며 상대적으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행위지만 그로 인해 상처 받는 기분은 무엇으로 탕감할 수 있겠는가 기묘하게도 복수극을 감행하는 인물은 코빼기도 보여주지 않은 채 결과를 예상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시퀀스처럼 이 영화는 기본 정서에 , 지고는 살수 없지하는 결연한 의지에 찬 사람들을 나열해 보여준다.


 


모두 6개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나온다. 이야기 구성도 다르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겹치지 않게 조율했다. 그럼에도 그 모두가 억울할 만큼 당한케이스다. 참을 인()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건만 그 나라엔 그런 말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한 번만 참았으면 별 일 아닌 일들이 마치 열 받은 사람에게 약을 올리듯 해 대는 상황이 흡사 보는 관객들에게도저 정도가 되면 나도 못 참겠다는 강렬한 동질감을 유발한다. 이 점이 이 영화의 묘한 매력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접촉사고가 날 뻔하면 바로 들이 받고 싶다는 충동, 수시로 견인해 가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범칙금을 요구하는 공무원들, 변호사, 검사랍시고 사건 무마용 거금을 요구하는 경우, 결혼 전 부정 행위로 인해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며 엉망으로 변해버린 식장 등. 이런 경우 당신은 얼마나 참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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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선과 악을 구분하고 선에 의해 악이 처벌 받고 당해야 마땅하다는 식의 복수극만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쌍방과실에 해당하며 복수의 상황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그 안에 유머가 들어 있다. 이런 페이소스 가득한 블랙 코미디 요소는 막연하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복수가 아니라 역지사지의 입장에 되어서 상대를 혜량(惠諒)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권유의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좀 잔인하다는 장면도 나오지만 그런 것들이 오히려 유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경쾌한 스페인어의 음절 안으로 그들이 주고 받는 말들과 잘생긴 훈남 배우들을 면면, 그리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적재적소에서 흥을 북돋아주는 음악들이 마치 새로운 장르의 영화가 우리의 상상력을 얼마나 일깨워 놓는 지와 그리고 늘 자신의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며 주변을 들볶으며 그들을 우울하게 만든 것에 대한 미안한 반성까지 이 영화가 끝나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 (2015)

Wild Tales 
9
감독
데미안 스지프론
출연
리카르도 다린, 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 다리오 그란디네티
정보
코미디, 스릴러 | 아르헨티나, 스페인 | 122 분 | 201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