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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 [리뷰] 광기의 디스토피아, 새 시대를 기대하다

효준선생 2015. 5. 12. 07:30



* 씨네필 소울이 뽑은 2015년 상반기 최고의 영화 후보작




 


미래학자들은 지구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우울한 예언을 하곤 한다. 그런 것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거나 다음 예언을 기대하게 만들기 위해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자적 입장이 아니더라도 근 미래가 장밋빛 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건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개는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 혹은 혹서, 다른 별과의 충돌이나 화산 폭발 같은 것들, 그것이 아니라면 전염병의 창궐이나 핵전쟁 등 인간 스스로가 파멸의 길로 이끄는 경우도 상상해볼 수 있겠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을 살고 있는 인류에게 미래의 자신들의 후손들이 겪어야 할 잿빛 세상에 대해 막연하게 추측을 해보는 것이지만 이런 상상들이 영화적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는 건 그만큼 피부에 와닿기 때문이다.


 


암울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디스토피아 계열의 영화라고 부르는 데 그 동안에 나왔던 영화들은 묘하게도 구원의 방법으로 종교적 신념을 들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화끈하게,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종전에 볼 수 없는 인간 스스로의 힘에 의한 극복을 제시하고 있다. 1979년 멜 깁슨을 주연으로 내세워 처음 선을 보인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는 주인공 맥스의 사적인 분노심을 차량의 질주에 비견해 쾌감을 준 영화였다. 3부작으로 만들어져 마지막 영화가 나온 지도 벌써 30년이나 된다. 그러니 마흔이 안된 영화 팬들에겐 추억의 영화로서 제목 정도를 들어봤을 텐데 이번에 소개된 영화는 전작이 품고 있는 얼개에 지금 영화 산업이 보여줄 수 있는 기계적 첨단을 적극 활용해서 만든 따끈한 신품이다.  


 


이 영화에서 지구에 큰 변고가 생기고 인류라고 해봐야 얼마 안 남게 된 이유를 핵전쟁이라 했다. 전쟁은 인간이 인간을 죽여야 하는 끔찍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기존의 질서가 모두 파괴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제 아무리 부자나 떵떵거리는 권력자라고 해도 모두가 똑같아 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된 상태가 되면 인간은 원시시대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하지만 제한된 자원을 다른 누구보다 많이 소유한 자에게 권력은 돌아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에게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 새로운 권력 질서의 재편이다. 물과 기름이 그 대표적인 재화며 그걸 유지하고 얻어내기 위해 힘을 키우는 건 또 하나의 권력이 된다. 이런 세상에서 기왕 다 못살고 가진 것 없으니 서로 도와가며 살자는 말은 통할 리 없다. 핵전쟁으로 한바탕 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을 두고 다시금 살기 위해 살육이 빈번하고 그 와중에 약한 개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약육강식이 시작된 것이다.


 


이 영화엔 두 명의 주인공이 부각된다. 기존의 주인공 맥스는 가족을 잃고 살기 위해 원초적인 삶을 강구하는 남자로 나오지만 반대로 독재자 임모탄이 끌고 가는 시타델에서 사령관으로 살아온 퓨리오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그녀가 찾아간 곳은 그녀가 태어나 납치되기 전까지 살았던 녹색의 땅)으로 가고 싶어 한다. 황량해져 버린 지구에서 얼마나 달리면 그들이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 나타날 것인가. 그들은 여전히 쫒기는 신세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보물을 탐내는 무리들로부터 지켜야 하는 부담은 그저 운전하는 것 이상의 고통이다.


 


엄청난 굉음을 내며 사막을 질주하고 그렇게 해서 그들이 찾는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나이브한 로드 무비일 테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앞서 말한 마지막 보물이란 바로 모성을 의미한다. 핵전쟁은 이미 지구에서 살고 있는 자들의 죽음이나 부상을 의미하지만 다음 세대에게 가져올, 예측하기 어려운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수반한다. 독재자 임모탄이 요새를 벗어나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자신들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5명의 아내를 찾아 나선 것 역시 그로서는 다음 세대를 담보하기 위한 극한의 노력이라고 보인다.


 


그녀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외모를 하고 있어 이질적이기까지 하지만 분명 그럴 명분이 있다. 심지어 두 명은 이미 임신 중임에도 다른 세상을 꿈꾼 이유가 다르지 않다. 지금과는 다른,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 아이들에겐 평화의 땅을 만끽하게 하고 싶다는 염원, 부모라면 누구든지 꿈꾸는 것들이 아닌가. 모성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모계 사회를 상징하지만 더 이상 후대를 생산할 수 없는 중년 여성들,(심지어 할머니도 있다)은 이들 무리를 만나며 마지막 희망을 이야기 한다. 그들이 소중히 간직한 각종 과채류의 씨앗이 마치 다음 세대를 의미한다. 좋은 밭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많은 희생을 야기했고 그렇게 지켜낸 밭에 씨앗을 뿌려 착근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코 포기 하지 않았다. 처음엔 절단기 하나 들지 못했던 여자가 나중엔 총을 잡고 지겹도록 몰려드는 적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댄다. 스스로가 지키는 법을 배운 셈이다.


 


그들의 여정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다. 가장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 인류에 있어선 최소한의 희망을 싹 틔울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그런 절박함이야 말로 인류가 다시 사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잿빛 미래에 놓인 얼마 남지 않은 인류의 척박하고 고단한 삶을 이야기 하지만 반대로 제한된 자원을 움켜쥔 독재자의 그늘에서 둔감하게 살고 있는 그들을 일깨우기 위한 자극제로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제재를 잔뜩 집어 넣어 흔들어 댄 영화다. 상상하기 어려운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지금 지구상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의 연장선상에도 있다. 얼마 되지 않은 물을 흘려 보내며 오히려 물에 중독되지 말라하는 독재자 임모탄의 호언과 새로운 시대에 모두가 나눌 수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극히 평범한 그들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글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볼거리와 기대하지 못했던 사회적 메시지로 똘똘 뭉친 인상적인 걸작이라 하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

Mad Max: Fury Road 
8.6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조 크래비츠, 로지 헌팅턴-휘틀리
정보
액션, 어드벤처 | 오스트레일리아 | 120 분 | 201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