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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덴탈 러브 - [리뷰]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

효준선생 2015. 5. 11. 07:30




 


한국이 미국에게 뭐라도 자랑할 만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의료보험 체계가 아닌가 싶다. 날이 갈수록 부담스럽다고 하는 직장인들이나 지역 가입자들의 원성도 높아가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환자로 버터야 하는 케이스를 감안한다면 다른 건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부담이 훨씬 덜한 게 사실이다. 예전 미국과 자유 무역 혐정을 체결하면서 불거진 부분이 의료 서비스 부문인데 맹장 수술 한 번에 수 백만을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으니 도대체 미국은 무엇이 문제인걸까


 


영화 엑시덴탈 러브는 세 가지 이야기 구성을 포함하고 있다. 식당에서 사고를 당해 머리에 못이 박힌 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좌충우돌 코메디, 그리고 달에다 군사기지를 우선적으로 만들자고 하며 국민 복지 부분엔 돈만 들어간다며 이상한 논리를 견지하는 얼빠진 국회의원들의 드라마, 그리고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가벼운 수술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세상에 호소하고 나선 사람들의 다큐. 물론 이 영화의 전체적인 영화 장르는 블랙 코미디다. 물론 옴니버스 영화가 아닌 머리에 못이 박힌 여자가 의료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수술이 중단되고 우연히 지역구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국회의원을 보고서는 워싱턴까지 달려간 여자와 지인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군비에 가까운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입법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지만 정작 시급한 긴급 의료 보험법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모습이 마구 뒤섞여 등장한다.


 


로맨틱 코미디 같긴 하지만 심각한 사회적 메시지를 풍자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엔 세 명의 환자 부류가 등장한다. 머리에 못이 박혀 충동 조절 장애를 앓고 있고, 탈장된 채 엉거주춤하고 다니는 경우, 그리고 발기 지속증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한 성직자. 그들을 정상적인 삶 속으로 돌려 놓기 위해선 일회성 지원이 아닌 의료 보험에 적용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흐름이 녹록하지 않다. 복지를 위해서 예산이 들어가야 하고 그게 안되면 서비스의 질 하향이 우려 된다며 극구 반대하고 나선 국회의원이 반대로 군비를 연상케 하는 달기지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보이진 않는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나름 인정을 받고 있는 여자지만 질병을 이유로 바로 해고가 된다든지,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근사한 레스토랑을 빌려 프로포즈까지 했건만 사고의 후유증으로 이상한 증세를 보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끼워준 반지를 도로 뺏는 경찰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성접대를 빙자한 청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남성 국회의원. 자신의 의정 활동을 위해 어린 걸스카웃을 적극 이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자리에 연연하는 여성 국회의원까지. 그들의 속물적인 세상 살이에 이 영화는 일침을 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 이야기는 역시 의료 보험과 관련된 것으로 뇌를 절개해야 하는 외과 수술이 만만치 않긴 하겠지만 물경 15만불이나 치료비를 청구하는 병원까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주인공이 꼬집는 것처럼 돈이 많거나 국회의원처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그런 건 문제도 되지 않는다. 만인이 평등하다며 인권 문제는 남의 나라만의 일처럼 떠들지만 병원 치료에서부터 이런 식의 차별은 심각하다 하겠다. 머리에 못이 박힌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설정이 웃기다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애처롭게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프고 치료를 받아야 함에 있어 차별은 온당치 못하다. 그건 좋은 옷을 입거나 맛있고 비싼 음식을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어찌 된 일인지 평균적인 사회적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다큐 영화 식코가 미국의 의료 보험 체계의 미비점을 꼬집었고 SF영화 엘리시움이 가난한 자들의 의료 혜택에 대하여 조소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영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를 빌어 독한 마음으로 입법권자와 사회적 복지를 건드리고 있다. 시종 유쾌하게 진행되고 주인공들이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얻을 거란 예측은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촌극들이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싶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엑시덴탈 러브 (2015)

Accidental Love 
8.7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제이크 질렌할, 제시카 비엘, 제임스 마스던, 커스티 앨리, 폴 루벤스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영국 | 100 분 | 201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