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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수 파트 2 - [리뷰] 인간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경고

효준선생 2015. 5. 9. 07:30








오른 손에 달라붙어 마치 또 하나의 생명체로 존재하며 그 몸의 주인인 신이치와 동고동락을 마다하지 않았다. 영화 기생수 파트 2오른손이가 자신과 같은 종족을 없애려고 나선 바탕엔 그들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신이치에 깊이 동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생수는 숙주가 되는 인간의 몸에 달려 붙어 평상시엔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긴급한 상황이 되면 흉측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과 가공할 파괴력으로 인간을 없애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 그동안 외계 생명체와 맞서 싸우는 인간의 모습과 적이라고 여기던 인간의 인간의 대결은 흔하게 봐오던 영화 속 설정이지만 이렇듯 기생하는 괴 생명체의 이야기는 그 아이디어 만으로도 기발하다.


 


이들은 단독으로 설 수 없다. 인간의 몸을 빌어서야만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고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 예외적으로 상대를 향해 살의를 띠고 공격을 할 때만 제 모습의 일부를 드러낼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몸을 벗어나거나 혹은 치명상을 입는 경우는 죽음을 맞는다. 이런 설정은 바로 인간과 기생수들과의 대결을 통해 너 죽고 나 살자의 극단적인 대치가 바로 인간 자신의 문제임을 상기시켜 주는 장치로 쓰이고 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기생수의 존재는 매우 위협적으로 비춰진다. 비주얼도 그렇고 공격성도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그들이 철학을 논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도 지휘체계가 존재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거푸 등장한다. 그저 인간과의 살생을 앞둔 대결 장면만 기대했다며 이 영화는 재미없을 지도 모른다.


 


신이치의 몸 속에 들어간 기생수는 그의 오른 팔을 잠식하지만 신이치의 뇌(생각)는 지배하지 못한다. 이를 마치 초능력을 부여 받은 히어로로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신이치는 그럴 여유도 의지도 크지 않다. 대신 인간을 공격하는 등의 폭력적인 기생수들을 없애는데 일심동체한 모습이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일 뿐이다. 기생수들은 바로 인간을 뜯어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들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선 타인의 몸을 필요로 하고 그건 한 명의 인간이 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쯤이 되면 이 영화에서 끔찍할 정도의 비주얼을 자랑하며 기생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기생수 자체가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물어 뜯어야 자기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정글 같은 곳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상실된 지 오래고 그런 마음이 바로 기생수로 환원된 것들이다.


 


도처에 산재한 기생수를 박멸하기 위해 인간이 꺼내든 건 결국 인간이기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중금속 화기들이다. 총에 맞아 죽어나가는 기생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하면 잃어버린 우리의 인간성은 회복될 수 있을까 싶었다. 또 최강의 파워를 자랑하는 막강한 기생수가 죽고 난 뒤 몇몇 살아남은 기생수들이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춘 채 인간들과 동화되어 살아가게 되었다는 말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라진 것들이 아니라 잠재하고 있을 뿐 아니겠는가.


 


영화에서 주목할 캐릭터는 주인공과 막강한 힘을 가진 기생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모성을 갈구하고 새로운 기생수들의 생존을 모색하는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던 타미야 료코다. 여성의 몸을 하고 있지만 상대를 손쉽게 제압하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도 있지만 그녀에게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점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기생수들의 삶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모차에 인간 아기를 싣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끝까지 모성본능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어쩌면 수많은 기생수들 보다 그녀 하나의 존재가 왜 기생수들이 무리를 해가면서 인간과의 동화를 꿈꾸는 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이 영화는 그녀의 죽음을 가장 마지막으로 다루었어야 옳았다. 마치 터미네이터를 보는 듯 싸움 장면을 길게 넣으면서 후반부는 사족처럼 늘어졌고 본래 이 영화의 취지라 할 수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이라는 진중한 질문이 휘발성 강한 해프닝처럼 끝나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기본으로 한다. 애초 그림 속에 나왔던 섬뜩한 장면들을 영상으로 옮길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기술적인 측면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구나 라는 느낌이 들 때 그에겐 혹시 기생수가 달라 붙어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자각 없이 갉아 먹히는 그들은 웃고 있었다. 기생수에게 웃음이란 최후의 열반이라던데. 그 말이 와 닫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기생수 파트 1 리뷰 ->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5395








기생수 파트2 (2015)

Parasyte: Part 2 
7.8
감독
야마자키 타카시
출연
소메타니 쇼타, 아베 사다오, 후카츠 에리, 하시모토 아이, 아사노 타다노부
정보
SF, 스릴러 | 일본 | 117 분 | 201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