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리틀 포레스트 2 : 겨울과 봄 - [리뷰] 인생은 사계절처럼 흐른다

효준선생 2015. 5. 8. 07:30




* 씨네필 소울이 뽑은 5월의 추천 영화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이 있다. 무릇 백성들은 세상 그 무엇보다 먹는 걸 최고로 삼았다는 말이다. 먹는 건 비단 한낱 백성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왕 역시도 매일같이 메뉴를 바꿔가며 전국에서 올라오는 최고의 밥상을 받았을 때 만큼은 자신이 최고 권력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먹는 걸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 한다면 우리가 요즘 입에 넣고 있는 것들은 어떨까 지금 우리가 먹는 건 그 옛날 왕이 먹던 걸 마음만 먹으면 죄다 먹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먹을 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시대를 살고 있지만 개중엔 각종 화학 조미료와 정체 불명의 첨가제로 버무려진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먹고 살지는 않는가.


 


여기에 대한 반성으로 신토불이라는 말로 묘사되는, 그 땅에서 나는 것을 우선 섭취하자고 했지만 이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다. 땅이 생기면 그 땅에 신선한 채소나 곡식을 심고 길러 먹을 생각보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올려 분양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마인드로 사는 도시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골 오지의 작은 집 한 채에서 혼자 유기농 라이프를 실현하고 있는 예쁜 일본 처자 이치코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 편의 이야기다.


 


지난 2월에 먼저 개봉했던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편에 이은 완결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지금은 떨어져서 살고 있는 엄마로부터의 편지를 받는 장면에 이어진 이번 이야기도 지난 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살고 있는 집이 상가가 있는 곳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계절에 맞춰 가을에 수확한 갖가지 재료들을 한겨울에도 먹을 수 있게끔 저장하고 그렇게 저장해 놓은 것들 것 맛깔 난 반찬과 간식으로 만들어 내는 재주를 선보인다.


 


겨울은 산 속에선 해가 짧다. 특히 눈이 내려 쌓이기라도 하면 나가서 뭔가를 사 먹을 수도 없고 인적조차 드물어지는 데 그럴 땐 깊숙이 저장해 놓은 말랭이라든가 염장류 같은 것들이 제격이다. 조금 날씨가 풀린다면 다시 밭을 일구고 그곳에 다음 작물의 씨앗을 우겨 넣는다. 최소한 코모리(小森: 리틀 포레스트의 일본어 단어)의 땅은 그녀를 배신하는 적이 없다. 오히려 생각보다 넉넉한 양을 생산해 내어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 잉여 농산물은 이웃과 나누거나 저장한다. 영화에선 그걸 팔아 돈으로 만드는 장면들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우리도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의 어려움에 봉착해서 역귀농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달라 고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마치 천상의 땅이라도 되는 양 아무거나 심으면 그걸 만들어내는 코모리의 땅이 아니라서 그랬을까 그것도 아니면 농사 일을 돈 벌이의 수단을 생각해서 였을까 가장 큰 차이는 욕심을 부리지 않음에 있다고 본다. 작게 생산해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거기서 행복을 만끽하는 이치코, 그녀의 다른 삶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엄마와 왜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지, 왜 다 큰 처자가 혼자 산 속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지에 대한 설명 따위는 중요치 않다.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그녀는 살고 있었다.


 


그녀는 소위 먹방을 찍고 있고 보는 내내 군침을 삼켰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이 영화는 왜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이 아니라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과 봄으로 나누었을까 하나의 계절이 가면 아쉬워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사계, 땅처럼 사계의 변화를 충실히 지키는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도시 생활을 하면서 계절의 변화라는 걸 옷차림에서나 눈치채며 살고 있어 잘 못 느끼겠지만 이 영화는 사계의 순환을 인생이라고 읽었다. 그리고 그게 원형이 아닌 나선형이라고 말했다. 같은 계절이 또 찾아 왔지만 작년과는 조금 다른, 나이도 먹고 생각도 다르고 그리고 음식 솜씨도 좋아지는, 이치코가 그곳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 역시 나선형 인생의 전형이라고 봤다.


 


전편을 보고 리뷰를 쓰면서 이치코와 같은 삶을 영위하지 못함을 부러워했는데 계절이 하나 스쳐 지나갔음에도 변화 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음이 부끄러워졌다. 코모리의 봄은 이제 시작을 알리고 있다. 사람들은 한 해 수확을 위해 본격적으로 모내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을에 억을 수 있는 각종 채소와 작물을 심을 것이다. 이 영화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줄 것이며 아름답기 짝이 없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풍광 속으로 유영하게 될 것이다. 이곳은 4년전 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이와테 현의 한 곳이기도 하다. 두편의 영화를 통해 모두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뷰 :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5386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2015)

Little Forest: Winter/Spring 
9
감독
모리 준이치
출연
하시모토 아이, 미우라 타카히로, 마츠오카 마유, 누쿠미즈 요이치, 키리시마 카렌
정보
드라마 | 일본 | 120 분 | 201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