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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메도우 - [리뷰] 장미엔 가시가 숨어있다

효준선생 2015. 5. 6. 07:30








상처를 안고 살았던 세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과 달리 여기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쑥 튀어 나오는 그 어린 시절의 악몽 때문에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 행동으로 인해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이젠 그런 행동이 잘 못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하기 어렵다. 둔감해진 모양이다영화 미스 메도우는 어린 시절 각인된 충격의 후유증을 안고 사는 젊은 여성의 오늘을 담아내고 있는 스릴러 물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둡고 칙칙함 대신 그녀가 즐겨 입는 꽃무늬 원피스와 탭댄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임시교사라는 그녀의 직업으로 인해 분위기는 어둡지 않았다. 하지만 네 번에 걸쳐 발생하는 뜻밖의 사건들을 보는 그녀의 시각에서 모종의 공포심을 갖게 만들었다.


 


총기 사용이 용이하지 않은 우리에겐 파우치에서 꺼내 드는 그녀의 총기 앞에서 약간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분명 엄청난 소음과 피해자가 발생했을 테고 도처에 깔려 있는 폐쇄회로라면 그녀가 벌이는 엽기적인 행동이 사회적 처벌의 범주 안에 있을텐데도 그녀의 행동은 쉽사리 제어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입을 통해 흘러 나오는 죽을 놈은 죽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 죽은 세 명은 모두 남성이고 그들의 전후 행동에 대해서는 일말의 포용심은 불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아마 정당방위라고 여겼을 것이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 역시 그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적인 처결이 그렇게 가능한 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녀가 미스라는 접두사를 강요하고 다니는 것이 영화의 흐름과 얼마나 관련이 될까 사랑을 해본 적이 없을 테니 당연히 미스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뒤에 그녀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발각되기 일보 직전임에도 그녀의 행동엔 그 어떤 자괴심이나 불안감 따위는 읽을 수 없다. 심리학에서도 이런 정서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그 보응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걸로 보이지만 그녀의 평소의 행동이나 말하는 걸 보면 그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두고 미국 버전의 친절한 금자씨를 닮았다고 전한다. 비슷한 면이 없진 않다. 나긋나긋한 겉모습과 달리 폭발성이 강한 내재심리, 과거의 어떤 사건과 맞물러 깊이 새겨진 그녀의 저항 심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그리고 과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용인되는 수준은 어떤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녀의 사랑이 보안관이라는 것과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끔찍하게도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허투루 잡아 놓은 설정이 아니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어린 시절에 입은 정신적 충격은 오래가 아니라 평생간다고 한다. 그녀가 중년 여성과 고민을 상담하는 전화 장면이 반복된다. 그것 말고는 그녀에게 안위해줄 사람도 없어 보인다. 만약 그녀에게 지켜야 할 가족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녀를 지켜줄 가족이 있다면 그녀의 삶은 지금보다는 보다 마일드 해질 수 있을까 해학적으로 심어 놓은 듯한 엔딩 장면에서 그녀의 오늘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보니 그녀의 삶의 미래 또한 과거의 어느 시점에 정지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