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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의 연대기 - [리뷰] 쌓고 또 쌓아 올린 응어리

효준선생 2015. 5. 7. 07:30








선과 악은 절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비교하지 않으면 선과 악은 모두가 선이든지 아니면 악이라고 여길 테니 말이다. 문제는 자신이 행하는 걸 악이라고 하기 보다 대개는 선행, 혹은 정말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악행으로 본다는 것이다. 또 하나 걸리는 건 본인이 잊고 있었던 어떤 행위로 인해 누군가는 엄청난 심리적, 경제적 피해를 입고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지만 당사자는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늘어 놓고 보니 영화 악의 연대기와 흡사하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경찰은 주로 사건이 종결된 뒤 싸이렌이나 울리며 영화의 끝을 알리는 도구로 주로 사용되었고 조금 더 활용을 하자면 정의의 지팡이라고 하는 그들을 범죄의 그림자에 가두고 흔들다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수준이었다. 물론 생각 이상으로 나쁜 놈들도 있긴 하다. 이렇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찰의 이미지를 싹 지우고 영화를 본다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행들이란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아니 오히려 선을 집행해야 할 사람들에게 악행을 엿보기 더 쉽다는 것들이 편견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잘 나가는 경찰, 회식 후 납치되고 살인 사건과 함께 그는 자신이 죽인 남자를 코 앞에서 목도해야 했다. 경찰이 자신이 살해한 남자의 사건을 책임져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는데 이렇게 우연치고는 절묘하게 다시 조우하게 만들다니.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야기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고 누가 우리의 선량한 경찰을 괴롭히고 있는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게 한다는 점이다. 마치 추리소설이나 스무고개 같은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드는데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약간 골치가 아플 수도 있겠다.


 


숫컷들의 향연이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주, 조연급에 한 명 쓸법한 여성 캐릭터도 없이 땀내나는 그들만의 지략이 충돌한다. 절대로 답안을 거져 줄 것 같지 않고 한 켜 한 켜 쌓아 올린 뒤 막바지에 풀어 놓는다. 그런데 그 방식이야 스릴러 영화니까 그럴 법도 하지만 추정되는 그 인물들을 알아 맞추지 못하게 하려다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겹치기 일쑤다. 일본어식 조어 같아 보이는 영화 제목에서 연대기라고 해서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니 시간 순으로 나열해서 적은 기록이라는 뜻이란다. 요즘 하도 연대를 외치는 시대인지라 혹시나 했지만 우연찮게도 年代만이 아닌 連帶의 의미가 없지 않다.


 


모든 행동엔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은 보는 관객들도 하여금 당위성이나 타당함을 공인 받아야 개운하다. 혹자는 고개를 끄덕일테고 혹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중얼거릴 수도 있겠다. 판단은 보는 사람의 몫이지만 늘 피곤에 찌든 얼굴로 자신에게 닥친 악행의 시작점을 찾아 다니는 주연 손현주의 얼굴이 꿈에 나올 지도 모르겠다. 그의 얼굴이 이 영화를 이미지화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악의 연대기 (2015)

The Chronicles of Evil 
8.5
감독
백운학
출연
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정보
스릴러 | 한국 | 102 분 | 201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