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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 홀리데이 - [리뷰] 떠난 자와 남겨진 자

효준선생 2015. 5. 5. 07:30








임권택 감독1996년 영화 축제를 통해 장례에 대한 우리들의 시선을 돌려놓는 시도를 한다. 축제라는 단어 자체가 한 사람의 죽음이 주는 무거움과는 상치된 개념인데 태어나는 것도 다시 왔었던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도 무심한 일이라는 게 축제의 본 뜻이다. 세상에 나와 아이가 어른이 되고 남들 다 하는 통과의례를 거치다 보면 어느새 그런 과정들 모두가 죽는 그날까지 뚜벅뚜벅 걸어가는 일련의 행위라는 걸 문득 깨닫는다.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이 남겨 놓고 간 메시지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죽음은 생명의 끝이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므로 숭고한 것이고 죽음을 앞 둔 자의 말 한마디는 그 사람 인생에서 정련되어 나온 알짜가 아닐까 싶다.



 


영화 해피 홀리데이는 묘하게도 축제라는 뜻과 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할아버지의 생신 잔치에 가야 하는 네 식구, 출발부터 삐그덕거리지만 그 이유가 부모의 불화라니 그걸 보는 세 남매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입말 벌리면 욕부터 튀어나오는 엄마와 무슨 일때문인지 잔뜩 주눅이 든 아빠. 아직 어린 티가 물씬 나지만 하는 짓과 말은 어른 같은 아이들. 이들은 무사히 할아버지의 생신 잔치에 참석할 수 있을까



 


영국 영화로 런던에서 출발해 스코틀랜드의 어느 작은 마을로 가야 하는 가족. 부모는 결별 직전의 위기 상황이다. 왠만한 어른들보다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이내 부뫃가 왜 그 지경에 와있는지 알애 챘고 마음의 준비가 덜된 부부는 최소한 시댁에다가는 알리지 않으려고 아이들의 입조심을 단단히 시킨다. 하지만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그게 쉬운 일인가. 생각해 보면 우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시아버지의 생신이라지만 곧 남남이 될 지도로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대동하고 그 먼 시댁을 찾아갈 수 있을까 이런 엄마와 달리 아빠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귀책 사유를 가지고는 있지만 사이가 별로인 형과도 티격태격하는 걸 보니 이들 가족 간의 말싸움은 예견된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가족간의 불화를 그리는 영화가 아니다. 이야기의 중심 추는 바로 할아버지에게 있다. 아이들만 데리고 바닷가에 놀러간 할아버지가 어린 손주 손녀에게 들려 준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핵심 주장이 된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할아버지의 한마디는 오랜 세월 자식들을 지켜봤고 거친 세상을 견뎌왔기에 알 수 있는 삶의 지혜인 셈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그걸 실현시키려는 과정에 벌어지는 해프닝은 웃음 이전에 놀라움을 연결된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좀 섬뜩하다. 한 사람의 죽음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육신만 남은 그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전이되는 삶과 죽음의 격리에서 오는 공포심이라는 게 제거된 채, 세상을 떠나는 또 하나의 방식에 대해 아이들은 그들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은 그 과정에서 다 큰 어른들의 몫은 부여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들 가족은 현재 위태롭다. 이혼 직전에, 형과 동생간의 불화, 그리고 남겨진 것들 것 대한 이해타산,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사회적인 시선들이 복합적으로 엮인다. 과연 이런 복잡한 상황도 해피하다고 볼 수 있을까 휴일은 언제든지 찾아 오지만 그 휴일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디에 있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 일 것 같다. 늘 투닥거리면서도 곧바로 화해하고 넘기고 그러다 다시 말다툼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아이들도 잘 아는 이치를 간혹 어른들은 못해낸다. 아마 쑥스러워서가 아닐까 해답을 찾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지만 비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이들 가족들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만 해피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해피 홀리데이 (2015)

What We Did on Our Holiday 
10
감독
앤디 해밀턴, 가이 젠킨
출연
로자먼드 파이크, 데이빗 테넌트, 빌리 코널리, 셀리아 임리, 벤 밀러
정보
코미디 | 영국 | 95 분 | 201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