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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 [리뷰] 사진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찾았다

효준선생 2015. 5. 2. 07:30








사람을 쉽사리 찍지 못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사체가 된 사람들의 화난 얼굴을 마주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 산 뒤 낯선 땅에서의 모든 것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고 눈으로만 담아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눌러버린 수 천장의 사진들. 10여년의 시간이 흘러 노트북 안에 잠자고 있지만 사진 자체보다 그 사진을 찍었던 순간의 기억들이 알싸하게 오금을 저리게 한다. 사진은 찰나를 잡아두는 역할을 하지만 뜻밖에도 추억을 되살리는 공헌을 한다. 사진을 찍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무생물과 달리 불특정 다수의 모르는 사람을 찍는 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하지만 그렇게 찍힌 사람들의 면면이 말하고 있는 표정이라는 게 참으로 오묘하다. 글이나 말도 없음에도 그들의 표정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보는 사람들이 주관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런 매력 때문에 사람들을 찍으려 하지만 아무래도 이 땅의 사람들에겐 힘들다.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존 말루프라는 사람에게 우연히 발견된 한 여성의 필름을 통해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사진에 비춰진 시대상과 함께 자신의 빈한한 개인적인 상황에 굴하지 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했던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을 찾아 나선 다큐멘터리다. 십 수 만장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발견된 건 지극히 우연의 일이었고 무명의 아마추어 사진작가에 의해 찍힌 사진들이 생각보다 수준이 높고 그걸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도대체 비비안 마이어가 누구냐며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존 말루프는 개인적인 공부를 위해 오래된 사진들을 경매에서 사들였고 그걸 계기로 그녀의 사진들을 복원하고 한편으로는 그녀를 알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에 성공한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연장선에 걸린 작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비비안 마이어가 프랑스에 연을 둔 이민자의 후예로 비록 미국 태생임에도 그녀의 평소 정체성은 그녀가 간첩이거나 혹은 수집광일 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살만했다. 그녀의 이름만 보면 독일이나 스위스 쪽과는 연관이 있어 보이고 짬을 내서 그녀의 원적으로 찾아간 장면도 나오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그녀가 유모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일개 유모가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렇게 많은 사진들을 왜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을까 궁금증도 들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그녀에게 더 이상 물을 수도 없으니 결국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 의한 평판으로 그녀가 누구였는지를 추측할 수 밖엔 없다. 당시 여성상과는 차이가 있는, 유모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행동거지로 인해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도 꺼내놓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무래도 그녀의 작품이었다. 필름이 현상되고 그 사진들을 대중들은 놀라워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프레임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마치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일생이 유복했다고 볼 수 많은 없었던 그녀, 사진을 통해 그녀는 자신과 닮은 무엇인가를 찾아 다녔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답을 얻지 못해 그렇게 꽁꽁 숨겨놓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그녀가 왜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었고 숨겨두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관객들이 알게 된 사실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진 협회에 의해 인정받지도 유수의 박물관에 전시되지 못한 채 냉대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사람에게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가 가장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는 디지털이 아닌 필름 사진 시대인지라 그녀는 자신이 찍은 사진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확인조차 하지 못했을 것을 감안한다면 사진을 찍는 순간의 쾌감에서 그녀는 비로소 살고 있음을 확인했을 것 같다   



 

그녀는 아마 생전에 자신들의 사진들을 활용해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늘 쪼들리는 삶을 살았던 그녀, 남들로부터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녀,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꾸려 나갈 것이라는 걸 지금 알았다면 과연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2015)

Finding Vivian Maier 
8.7
감독
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
출연
존 말루프, 비비안 마이어, 매리 앨런 마크, 필 다나휴
정보
다큐멘터리 | 미국 | 84 분 | 201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