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투 나잇 스탠드 - [리뷰] 이틀 밤에 쌓은 만리장성

효준선생 2015. 5. 1. 07:30







하룻밤 춘정을 위해 낯선 이성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소기의 목적을 이룬 뒤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매정함 사이에 과연 사랑이란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어느덧 사랑은 인스턴트라는 말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시절이다. 이런 사이엔 두 사람이 존재해야 하는 건데 기계문명의 도움을 받아 언제 어디서든지 연결이 되곤 하니 달뜬 일회성 사랑을 방조하는 그들이 미울 지경이다.


 


영화 투 나잇 스탠드, 여자의 현재는 좀 우울하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학업도 순탄치 않고 일자리도 없이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다. 기분 풀러 간 유흥업소 앞에선 어려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입장 불가, 그녀를 위로해줄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친구의 안위 따위는 개나 줘 버리라는 친구의 흘러가는 한 마디에 인터넷 채팅을 통해 생면부지의 남자를 만나고 그를 만나기 위해 먼 거리도 마다 하지 않는 여자. 그 길이 잠시의 성적인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임을 그녀도 알고 있을텐데, 그녀를 당기는 힘은 그저 순간적인 외로움 같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노트북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훈남의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어떤 것이면 어쩌랴. 만나서 사랑을 나눌 공간이 있고 그렇게 해서라도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녀를 우울하게 만드는 건 바로 폭설. 남자의 집에 갇힌 채 이틀을 보낸 청춘 남녀에게 벌어진 일이라는 건 깊이 상상하지 않아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전혀 상대방에 대하여 알지 못했던 두 남녀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얼마 전 읽은 여행기에서 신혼여행을 세계일주로 삼은 부부이야기를 보았다. 쉽지 않을텐데 그들은 서로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선택했다 하였다. 고행의 길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힘든 여행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는 게 이 영화의 두 남녀의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지가 않다. 내가 아닌 또 다른 인격체의 속마음을 헤아려 이해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특히 이성의 경우인지라, 아니나 다를까 평소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과 편견 따위로 인해 헛웃음만 짓는 상황이 속출하고 급기야 성적 판타지와 19금 이야기들을 해가며 두 사람은 조금씩 공통 분모를 찾아간다.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가 있긴 한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른 궤도를 간다. 극소수의 등장인물과 로케이션. 대부분은 남자의 집안에서 두 남녀가 주고 받는 이야기가 극 흐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디어가 좋구나 연기가 조금 되는 배우 둘 정도를 제한된 공간에 밀어 넣고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갈 수 있도록 한 상황들. 우리 영화에서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 방식이다. 문제는 내용에 있어서긴 하지만.


 


이 영화는 오랜 시간을 통해 장맛 같은 사랑을 하는 남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현재도 이성의 반려자가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각자 원하는 이성을 선택한 건 결국 이야기가 통하는 대상이냐에 달려 있다. 말로는 금융업계에서 일한다는 남자나 아직 백조 신세인 두 남녀의 관계가 그저 일회성 만남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그 앞으로가 더 중요해 보인다. 사랑은 역시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란 말인가 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투 나잇 스탠드 (2015)

Two Night Stand 
7
감독
맥스 니콜스
출연
마일스 텔러, 애널리 팁턴, 제시카 스자르, 레븐 램빈, 키드 쿠디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미국 | 86 분 | 201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