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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 [리뷰] 진화는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효준선생 2015. 4. 29. 07:30








선의에 의한 시도는 결국 엄청난 희생과 파괴를 가져왔다. 종종 사회 시스템의 붕괴와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인해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속출하게 마련이다. 전쟁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정의를 위한다는 그들의 신념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가능하다면 그건 해야만 할 일인가 아니면 해서는 안될 일인가.


 


난세에 영웅이 나지만 평화로운 시절, 영웅은 한낱 한량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그는 엉뚱하게도 인류를 위한답시고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벌인 것일까 그가 초래한 엄청난 사단의 시작은 오지랖 넓은 긍휼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그는 어벤져스 일원인 토니 스타크, 즉 아이언 맨을 말한다. 그를 비롯해 멤버들이 사회 정의를 수립한답시고 한 번 출동하는 날엔 도시 기반이 붕괴될 정도로 난장판이 되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보다 좀더 센 뭔가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게 한다는 시도였다. 탓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을 비롯해 초인들의 희생도 막고 무엇보다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았던 그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좋은 기회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돈이 많은 부자다. 세상에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할 일도 없고 그렇게 만들어 본 것이 바로 토로의 동생이자 삐딱한 성정을 가진 로키의 무기였던 창과 자신의 무기라 할 수 있는 갑옷을 제어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인 자비스의 결합체였다.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목적지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던 경유지 같은 곳이다. 전편보다 많은 수의 캐릭터들이 화면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악역을 자처하고 나선 자들은 자기 증식을 통해 바퀴벌레처럼 쏟아져 나오는 걸 보니 물량공세는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영화는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을까 토니 스타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이번 영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만들어놓은 결과물인 울트론은 사회 평화가 아닌 인류의 멸종과 그 이후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공룡의 멸종을 연상케 하는 끔찍한 일을 울트론은 획책한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인간이 되고자 하려는 시도는 수도 없이 등장한 설정들이다. 인간을 없애고 싶어 하면서도 차가운 기계가 아닌 피부를 가진 인간이 되고 싶어한 울트론의 마음은 이율배반 적이지만 그 역시도 어쩌면 새로운 생명체의 中祖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멀쩡하게 존재하던 기존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신을 시작점으로 하고 싶어하는 건 혁명가의 보편적인 정서다. 역사적으로 많은 야심가들은 스스로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고 그걸 정당화 시키기 위해 수많은 살육을 자행했다. 그리고 그걸 하늘의 뜻으로 여겼다. 울트론을 지켜보면서 그가 과학의 힘을 빌어 비슷하게 생긴 로봇들을 양산한 것은 생식의 결과물이라 봤으며 최후의 순간에도 마치 야망을 이루지 못한 혁명가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울트론이 인류의 멸종을 획책하려고 한다는 설정 앞에서 어벤져스들의 활약은 어딘가 산발적이다. 마치 프로야구 팀이 고교 팀을 상대로 무수한 안타를 쳐내고도 득점에 번번히 실패하는 양상과도 같다. 울트론이 상당한 힘을 가지고는 있다고 해도 대적하지 못한 수준도 아니고 그럴 기회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번 게임은 눈깜짝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걸 만회하기 위해 다소 생뚱맞게도 멤버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곳곳에 숨겨 놓았다. 연애사담이라거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난데 없이 나타난 새로운 캐릭터에 의해 무기력에 빠진 채 과거의 추억속에서나 헤매고 있는 장면을 통해 그들 역시 인간임을 다시 확신시켜 주는 과정을 거친다. 심지어 신이라고 칭하는 토르 마저도 정신 못차리는 걸 봐서는 애당초 이 영화는 울트론과 어벤져스 멤버들간의 실력 대결보다 어벤져스 멤버간의 대결이나 균열 양상을 어떻게 조율하는 지를 보여준다.


 


그 어떤 의도가 되었든지 때려 부수고, 그걸 원래대로 바꿔 놓고 새로운 멤버들을 받아들이면서 어벤져스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려는 모양이다. 어차피 각자의 캐릭터 만으로도 단독으로 영화 몇 편을 찍을 수 있었고 이 영화 처음부터 기발한 아이디어와 마블(여기 나오는 캐릭터로 돈 버는 만화책 출판사)의 창고 대방출이라는 비아냥 사이에서 기획된 영화인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서울이 나온다고 해서, 한국인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딱히 별다른 감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혹자는 마블 코믹스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온전하게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거란 이야기를 하지만 시간 때우기 위해 보는 오락 영화를 위해 여러 권이나 되는 만화책을 섭렵할 이유도 없으며 최소한 이번 시리즈만 봐서는 그런 말 자체도 사족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어차피 안 해도 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보다 작위적일 수 없는 캐릭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울트론이 다음 시리즈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 이상.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The Avengers: Age of Ultron 
6.4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1 분 | 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