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세레나 - [리뷰] 가질 수 없는 것들을 탐하다

효준선생 2015. 4. 17. 07:30

 

 

 

* 씨네필 소울이 선정한 4월 추천작

 

 

 

영화 세레나를 보면서 어쩜 저렇게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비슷한 상황일까를 연발하며 자세를 바꿔 앉아가며 스크린에 몰입했다. 드문 일인데 그만큼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흡인력이 대단했다는 이야기다. 1929년 이면 한국에선 일제의 서슬퍼런 식민지배가, 미국에선 서부로 가는 길이 북적거리던 시기다. 동부 산림지대에서 벌목업으로 사장 소리를 듣던 남자에게 여자가 생긴 건 한눈에 반해서였고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이 된 것도 전격적이었다. 그런데 이들 부부를 기다리고 있는 앞날의 운명은 그다지 순탄해 보이지 않았다. 영화는 이 부분을 극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영화 브라더스와 영화 인 어 베러 월드로 잘 만든 영화를 만끽하게 해준 수잔 비에르 감독은 영화 세레나를 통해 한결 더 재미난 이야기 구성을 짜 넣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연기를 해낸 여러 배우들, 특히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아메리칸 허슬을 거치며 연이은 공연을 하고 있는 너무 잘생겨서 오히려 감점요인이 있는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가 말도 못할 신경전을 펼친다. 그들 외에 사방에서 찔러대며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여러 배우들의 호연이 스릴러와 드라마, 그리고 멜로를 넘나들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즘엔 기업가 윤리가 대학에서 과목으로 채택되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어땠을까 부리는 사람과 부려지는 사람 사이의 간극, 그리고 여전히 여성 인력에 대한 홀대와 노동 환경의 척박함이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거기에 한때는 동업자였으면서도 쉽게 등을 돌리고, 기업의 비밀을 빼돌려 내부고발에 나서는 모습들이 요즘과도 상통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협잡의 아슬아슬함 이상으로 사랑의 불균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첫눈에 사랑하니 결혼합시다라고 말할 정도의 패기에 가득한 남성에게 반하지 않을 여성이 있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자 여주인공인 세레나를 들고 싶다. 그러나 그는 극중에서 밝힌 대로 그저 살림이나 하려고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남자 하나 보고 시집을 온 것이 아니라는 당찬 포부를 가진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거친 벌목장에서 진두지휘도 하고 그로 인해 귀중한 것도 잃었지만 그녀가 끝까지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 가질 수 없었던 사랑이었다는 설명엔 아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종반에 이르기 까지 그녀의 속내를 확실히 읽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치면 재벌 가문에 시집을 간 미모의 재원 정도로 봐도 좋겠지만 남자 못지 않은 활동성에 자꾸 그녀의 사랑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과거의 구원을 풀기 위한 모종의 계략이 있는 건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사랑을 앞세워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그녀가 눈빛에 총기를 돋울때마다 분위기는 살벌해지고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이 위축과 돌기를 반복한다.

 

 

당시 벌목은 돈을 벌기 위한 제법 훌륭한 수단이었지만 그건 사적인 영역이었다. 국가적으로는 극립공원으로 만들어 공공의 재산이 되게 만들려고 하는 시도와 상충되는데 이런 외부로부터의 압력에서 이들 부부의 처지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이른바 포위형국인데 두 사람이 의지를 해가며 돌파한다는 설정과 그 공고한 틀을 깰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 이어지며 벌목 사업으로 대표되는 기업운영과 기업가에게 요구되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는 급격하게 발화된다. 사냥실력이 별로라는 설명과 달리 남자는 흑표범 사냥에 매몰된다. 그것은 인부들을 해칠 수 있는 위해 요소면서도 남자에겐 극복의 대상일 수도 있었다. 반대로 독수리를 조련시켜 방울 뱀으로 잡게 만드는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지닌 여자에겐 그 자체가 여성에게 덧씌운 편견을 걷어낼 장치였다.

 

 

 

크게 부족할 것도 없어 보였던 이들 부부가 만일 욕심을 버리고 자족했다면 이들의 성인 펨버튼 가문은 목재업이나 제지업으로 번성했을 지도 모른다. 가상의 허구지만 내내 끈끈했던 드라마 전개와 한숨 돌린듯 했던 결말이 주는 화통함에 다시 한번 감독의 역량에 놀라게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세레나 (2015)

Serena 
10
감독
수사네 비르
출연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다비드 덴시크, 리스 이반스, 토비 존스
정보
드라마 | 미국, 프랑스, 체코 | 109 분 | 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