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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리아 - [리뷰] 틈새에서 홀로 자라는 꽃

효준선생 2015. 4. 18. 07:30

 

 

 

 

 

 

 

 

영화 아리아는 파편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혼 상태의 부부 사이에서 혼자 툭 떨어져 사는, 물론 시시때때로 이미 결별한 부부를 오고 가며 마치 어른 흉내를 내는 9살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성장영화라고 불러도 좋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이가 어른이 되는 성장이 아닌 아이가 한 순간에 정체되거나 퇴행의 모습을 보이는 것까지 포함해서 성장한다는 게 단순히 어른이 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냥 놔두면 알아서 큰다고들 하지만 동물이 아닌 이상 그렇게 크는 아이들은 상당한 고초를 겪는다거나 겪을 것이라는 건 아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그냥 세상에 배출해낸 역할 밖엔 하지 못했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법석인 그곳에서 조금씩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가는 나이의 여자 아이에게 부모로부터의 폭력과 방치가 가져올 후유증은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다. 개중엔 눈살을 찌푸릴 만한 장면들이 적지 않다. 흡연, 음주, 그리고 해서는 안될 여러 가지 것들이 마치 어른의 세상을 보는 것처럼 열거된다. 물론 어른의 모습들도 거기서 거기다. 각자 다른 파트너와의 관계가 어린 아이들에게 노출되고 그런 장면이 반복되는 한 가운데서 아이는 정처를 잃고 만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고발 영화가 아니다. 심각한 장면이 흐른 뒤엔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하고 살갑게 맞이하는 어른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아이들이 커가면서 수용하게 되는 비논리적인 세상사를 비유하고 있고, 어른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하지 많은 않다는 것도 간접 체험하게 된다.

 

 

아이는 또래 친구와의 관계 설정을 통해 세상에서 혼자 설 수 있는 지에 대해 자문한다. 절친 친구와 비슷하게 하게 하려고 머리도 자르고 어른 흉내도 곧잘 같이 하며 동류의식을 심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균열시켜 버리는 것들은 많다.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재차 또래 아이들에게 받은 모멸감은 더욱 아이를 궁지에 몰아넣게 한다. 어쩌면 전자보다 더욱 크게 작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상을 코너에 몰아 넣고도 무자비하게 날려대는 날카로운 챔피언의 훅보다 아이를 견디기 힘들게 만든 건 혼자라는 외로움에서 오는 결핍 정서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아이는 영민했다. 잠시 엄마 젖을 빠는 퇴행을 거쳐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시도를 한다.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세상을 알기 위한, 아니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아이는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선 가족의 사랑도 학교에서의 교육도 필요하지만 이 영화에서 피력하고 있는 건 결국 스스로 깨닫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파격적이고 일탈에 가까운 장면들이 연속되지만 거친 정글에서 어미 뱃속에서 나온 초식동물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봤다면 그 해답은 비교적 수월하게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수시로 등장하는 은유와 생경한 음악들이 이 영화를 도드라지게 만들고 관객들이 마치 숨어있는 그림을 찾는 게임 같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자신의 아홉살 시절을 떠올리며 꿰어 맞춰보자.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아리아 (2015)

Misunderstood 
5
감독
아시아 아르젠토
출연
샬롯 갱스부르, 줄리아 살레르노, 가브리엘 가코, 지안마르코 토나치, 맥스 가제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이탈리아 | 103 분 | 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