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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 앨리스 - [리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효준선생 2015. 4. 15. 07:30

 

 

 

 

 

 

 

익숙했던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거나 늘상 외우고 다녔던 숫자들이 뒤엉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요즘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나이와 상관없이 정신적인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하니 혹시라도 젊은 나이에 치매를 앓는 것은 아닌지 두려울 때가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나친 걱정도 또한 병이겠지만 그 만큼 알고 있는 것이 사라지는 것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영화 스틸 앨리스는 치매라고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조만간 멀리 떠나야 할 길을 남겨둔 상황에서의 아픔과 갈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치매 환자라 하면 노년 층에게나 걸리는 질환으로 여기지만 아직 50대 초반, 게다가 잘나가는 언어학 교수에게 치매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병이라는 게 그 사람의 나이나 직업을 가리는 것도 아니니 그녀에게 이승과의 하직은 살면서 쌓아놓은 지식, 재화, 그리고 가족와의 헤어짐을 의미한다.

 

 

최근 죽음이라는 화두에 천착한 영화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극적인 마지막 관문이기에 영화 소재로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다. 이 영화는 환자의 주변인물들이 겪는 심적, 육체적, 경제적 고초보다 환자 개인의 시선에서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 그녀의 인지능력들, 그 사례라는 게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거나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못하거나 한 말을 반복하는 경우들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족들의 반응은 차분하다. 그만큼 치매환자들의 케이스를 자주 봐서인지 아니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인드와 우리완 달라서인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치매가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자식들에게도 치매 유전자가 전이되었는지 검사하는 장면은 다소 충격적이다. 엄마에게 나타난 불치의 질환이 자신에게서도 나타날 확률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공포감도 적지 않을텐데 영화에선 그런 부분은 배제한 채 오로지 주인공의 입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나비는 아름답지만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 만약 사람에게도 나비와 같은 운명이 있다면 그걸 기꺼이 수용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모두가 장수의 꿈을 꾸고 심지어 자기만큼은 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이 사라질 때의 공포감이 절실할 듯싶다. 일례로 언젠가 내가 누군지 알 지 못하는 그날이 올까봐 영상으로 남겨둔 또 다른 자기에게로의 메시지는 놀라웠다. 분명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녀의 한마디는 사랑이었다. 무엇을 향한 사랑인지는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생각과 의지의 능력이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감사하게 된다. 그게 언제까지 유효할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들 살아간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착잡해져 온다. 삶에 대한 미련과 번뇌가 많은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