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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블러 - [리뷰] 오래된 것도 소중하다

효준선생 2015. 4. 6. 07:30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덜 받은 일본엔 유독 오래된 노포(老鋪)들이 산재해 있다. 백 년 넘은 가게들은 셀 수 없고 무려 천 년이나 역사를 유지하며 성업중인 가게들도 많다고 한다. 우리처럼 오래된 것은 낡고 지저분한 것이니 없애 버리고 새 걸로 바꾸자며 철거의 대상쯤으로 쉽게 여기는 풍토에선 겨우 100년 된 가게도 손에 꼽을 정도라 한다. 비단 유명하고 잘나가는 가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규모도 적고 찾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 품목이지만 그걸 만들고 팔고 대를 이어가는 것 자체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그들을 보면 장인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영화 코블러는 뉴욕 허름한 거리 한 모퉁이를 차지 하고 있는 신발 수선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는 간단하다. 선조로부터 물려 내려온 박음질 기계로 수선을 한 신발을 신으며 바로 그 신발 주인으로 외모가 바뀌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돌변한다는 것인데 그저 바뀌는 것 말고도 상징하는 것들로는 과연 오래된 것들은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교훈도 준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흔적들이 있는데 그걸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없애 버린다며 둘러싸고 있는 스트리텔링이 죄다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서울을 예를 들어 손재주가 남다른 우리 조상들도 분명 장인의 기술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수요가 없어서 도태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느껴 볼 수 있는 옛 것들이 너무 많이 사라졌다. 근대화 과정을 거치고 산업화가 재벌을 위주로 재편되면서 수직계열화로 흡수되고 그 과정에서 사라진 너무 많은 옛 것들이 보이는 것 이상으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한 도시의 역사가 600여년이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오래된 것의 정취는 몇몇 건축물을 제외한다면 박물관 밖에선 찾기 조차 힘들어졌다.

 

 

뉴욕의 구두 수선공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도 없고 돈 벌이가 될 만한 것을 찾아 전업했다면 그 오랜 역사의 구두 수선점은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이렇게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오래된 것에 대한 반추이자 그걸 쉽게 버리지 말고 연원을 살펴 되새겨 본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남의 모습을 하고 세상에 나타났을 때 어떤 반응이 될까 그건 세상에 똑 같은 사람이 둘이라는 말이기도 하고, 익명성에 가려진 또 다른 자아의 실현이기도 하다. 만약 구두 수선공이 악한 마음을 먹었다면 타인의 얼굴을 하고서는 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대로 선한 작용을 선택한다.

 

 

단발적인 에피소드를 지나 어느 흑인과 관련된 범죄 장면을 목격하고선 벌이는 묘한 이야기들, 그리고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노인의 처지를 자신이 갖게된 초능력으로 해결해가는 모습들이 이 영화를 코믹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낸다. 물론 막바지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요즘 잘나가는 영화적 화두를 기막히게 설정해두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는 언제일까 모습은 다른 사람이지만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아가 여전하고 악행의 유혹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모든 책임은 결국 자신이 져야 한다는 구속. 과연 다른 사람의 외모를 탐할 이유가 또 있을까. 늘 미디어를 통해 보는 보여지는 것들에 대한 미추에 민감하고 잘 생긴 사람을 보면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그건 상대적인 것이다. 마치 신데렐라가 벗어 놓고 간 신발 주인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자기 것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의 인생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닐까

 

 

과장된 설정처럼 보이지만 후반부에 하나 둘씩 정리되는 이야기들과 그 오랜 세월 하나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았던 어느 유태계 미국인 가정의 직업의식과 선행과 정직의 윤리관이 돋보인다.  당신은 지금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사는 것인가요? “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코블러 (2015)

The Cobbler 
9.1
감독
토마스 맥카시
출연
아담 샌들러, 더스틴 호프먼, 스티브 부세미, 댄 스티븐스, 엘렌 바킨
정보
판타지, 코미디 | 미국 | 97 분 | 201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