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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 엘리노어 릭비 : 그 여자 - [리뷰] 상실감을 치유하는 두 가지 시선

효준선생 2015. 4. 3. 07:30

 

 

 

하단의 리뷰는 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엘리노어 릭비 : 그 여자 버전을 모두 보고 하나의 리뷰로 작성했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그 여자와는 조금 다른 시선이 될 수도 있다.

 

* 씨네필 소울이 뽑은 4월의 추천작

 

 

 

 

헤어짐은 만남을 전제로 한다. 만나지 않았다면 헤어짐은 있을 수 없다. 세상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한다. 사람들은 만남에는 희열을, 헤어짐은 비통함을 느낀다.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건 일상사지만 영원한 만남이라고 믿었기에 그 헤어짐은 믿을 수 없는 것이고 그 헤어짐의 아픔을 기억에서 지우려고 하기엔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사랑관련 아포리즘들은 대개 만날 때의 설렘과 헤어질 때의 가슴앓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헤어짐 뒤의 시간들은 다시 원래대로, 아무것도 없던 때로 되돌릴 수는 없는 걸까 누구는 그런 건 다른 사랑으로 덮어버리면 된다고 하는데 또 다른 사랑을 만나거나 만들기도 겁이 나고 더욱 두려운 건 다시 헤어짐과 만나게 될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미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인생을 사는 모든 생명체, 그 중에서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본다.

 

 

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그 여자는 사랑해서 결혼했고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헤어져 지내는 부부를 통해 관계의 회복과 심리적인 치유가 가능한지를 타진한다. 그런데 이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형식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건 남자의 시각과 여자의 시각으로 나누어 두 편의 버전을 만들었고, 추후에 하나로 합쳐 새로운 영화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이다. 편집의 묘가 빛을 발하는 부분인데 일단은 그 남자편과 그 여자를 모두 보는 편이 각각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될 것 같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제시카 차스테인이라는 훈남 훈녀의 등장으로 달콤한 멜로 드라마일까 싶지만 이 영화의 범주를 테라피 영화라고 부르고 싶다. 실의에 빠진 부부가 중심에 서 있고 그들은 정상적인 삶이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자 공통 분모를 빠트린 채 분자만 머리에 이고 사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넣어주고 동기부여를 주는데 그 부분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강렬하다. 특히 그 여자의 아버지와 여교수, 그 남자의 아버지와 친구는 말벗 이상으로 좋은 상담 치료사가 되어 준다  

 

            

 

사랑했던 걸 잃고 난 뒤 공허함은 대개 좋았던 기억을 재차 떠올리면서 생성된다. 그래서 관련된 물건들을 다 치우고 관계된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는 걸 마다하지 않는데 이 두 사람은 그래도 다행인 건 그런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는 주변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힘들 때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 하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경험한 바로 알 수 있다. 도무지 기억에서 지울 수 없을 것 같은 참담한 과거의 일을 잊기 위해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다. 다른 사람을 만나보기도 하고 전에 못했던 공부도 하고 부지런해야 하는 식당 일도 떠맡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알고 있다. 지금이 힘들다고 언제나 힘들거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그리고 지금의 힘듦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은 화려함이 돋보이는 메가시티지만 두 사람이 살고 있는 포스트는 좀 다른 분위기다. 외곽의 한적한 마을에 사는 여자와 도심 한 복판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남자는 현재의 처지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각각 다른 색감으로 구별한다. 이 두 사람 뒤로는 뭔가를 뜯어내고 부수고 새로 짓는 공사장 분위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건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한다. 이 즈음이 되면 관객들은 결말을 눈치채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 여자 편과 그 남자 편은 주된 화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니 포인트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그 여자 편에서 왜 여자가 자살을 시도하고 우울해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늦게 언급된다. 중요 인물이라 여겼던 남자도 한참이나 지난 뒤에 등장한다. 여자가 갖고 있는 공허함에 대한 설명은 다소 느린 템포로, 반대로 남자의 경우는 주변인물들의 성격이 그래서인지 거칠면서도 경쾌한 템포로 진행된다. 그 남자편 초반에 레스토랑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냅다 도망치며 이들의 사랑이 시작된 것처럼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은 과연 어떻게 다시 선보이게 될까 현실적으로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닐텐데, 적지 않은 부부들에게 이 영화는 공감과 치유의 시간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힘들지만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로 리셋된다는 게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힘들까. 인연이었다면 또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엘리노어 릭비: 그 여자 (2015)

The Disappearance of Eleanor Rigby: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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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네드 벤슨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제임스 맥어보이, 니나 아리안다, 바이올라 데이비스, 라이언 에골드
정보
드라마 | 미국 | 105 분 | 2015-04-09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2015)

The Disappearance of Eleanor Rigby: Him 
0
감독
네드 벤슨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제임스 맥어보이, 빌 하더, 윌리엄 허트, 바이올라 데이비스
정보
드라마 | 미국 | 95 분 | 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