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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리뷰] 그녀들의 봄은 왔는가

효준선생 2015. 4. 5. 07:30

 

 

 

 

 

 

 

여자로 태어나 공부를 마치고 직장에 다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현모양처의 덕목이라 여겨온 시절이 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참여와 경제적 여유가 가져온 것은 종래 여자들에게 덧붙여졌던 그런 덕목이 아닌 스스로에게 나의 삶은 얼마나 진지한 지를 묻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는 노처녀들에게 골드 미스라 부르며 그들이 가진 경제력에 주목하며 새로운 트렌드니 뭐니해서 물질적인 측면을 부각시키지만 실상 그녀들이 앓고 있는 심인적 증상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들이 좋아서 그러는 거라며 한 켠에 던져 놓긴 해도.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시대지만 그걸 결혼 하지 않는 적령기의 남자나 여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예전처럼 노동력의 필요에 따라 일단 낳아놓으면 제 밥그릇은 알아서 챙긴다고 하고 밥벌이 할 재주 하나씩은 갖고 태어난다고도 했지만 요즘엔 그런 말도 안 통한다.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 경쟁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이 없고 그러고도 어딘가 텅 빈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정말 제 아무리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어른들은 좋은 남자를 잡으라고 하지만 반대로 좋은 남자가 자기를 잡는다는 보장도 없고 태생이 좀 떨어지는 외모라는 핑계를 들어 의술의 힘을 빌어 예뻐지려고도 하지만 남들은 중요한 건 마음이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속을 긁어 놓는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은 마음이 맞는 친구들 때문이다.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일본 영화지만 한국의 저간 상황과도 매우 흡사한 모습을 비춘다. 3 명의 독신 여성, 각기 사정은 다르지만 결혼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조금 더 현실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수짱은 레스토랑 직원이고 매니저에게 살짝 마음을 두고 있다. 썸을 타는 것인가 싶었지만 그녀의 그런 사랑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마이짱,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남성 위주의 회사생활에서 성희롱적인 발언들도 걸러 들어야 하는 척박한 상황이다. 게다가 해서는 안될 사랑에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사와코상, 나이가 많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고 하루 종일 누워있는 할머니 때문에 연애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이렇게 비슷한 구석도 없는 것 같은 세 여자는 간혹 모임을 갖고 자신의 결혼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크게 가식적인 것 같지 않은 속마음도 내심 드러낸다.

 

              

 

이 영화를 통해 아직 결혼 하지 않는 여성들은 완전 자기 이야기라면서 동감하고 동화되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내일의 모습도 여전할 것 같다는 미망(迷妄)에 빠질 것 같고 남자들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저런 여성이라면 결혼해도 좋지 않을까 싶게 여성 캐릭터에 마음을 줄 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여성의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그 중에서도 화자(話者)는 레스토랑 직원이자 나중에 점장이 되는 수짱인데 그녀의 시선이 주변인물들을 소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혼을 결정하는 건 이제 개인의 선택사항이 되었다. 부모들은 혼기를 채운 자식들을 대신해 채근을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결혼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어린 시절엔 사랑만 먹고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맛을 본 뒤로는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반드시 결혼을 해야 행복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라는 걸 체감하고 살게 된다. 그녀들의 언사와 행동들이 이런 면면을 잘 드러낸다.

 

 

이런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좁은 골목을 지나니 차도가 나오고 그 길에 택시가 다가왔다. 탈 생각은 없었는데 어디선가 젊은 여자가 마치 새치기라도 하듯 택시에 올라타고 가버렸다. 이윽고 황망하게 쳐다보던 그 눈빛, 마치 결혼도 그런 게 아닐까 분명 인연은 있었을 것이다. 선택하지 않고 보낸 것도 마음은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얼씨구나 먼저 선수를 친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타서는 안되는 택시에 올라탔다가 행선지가 안 맞는다 하여 도중에 내린 경험도.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언젠가 불현듯 바라본 자신, 더 나이 들어 할머니 나이가 되어 혹시라도 고독사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일말의 두려움, 어린 여자아이부터 늙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등장하는 걸 눈치 챘다면 이 영화는 결혼 적령기를 살짝 놓친 세 여자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것이다. 제 짝을 만나는 것도 세상에 와서 해야 할 일이라면, 언젠가는 나타나지 않을까 그저 짚신도 제 짝이 있고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랑이 쉽다면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그토록 많은 미사여구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 도쿄의 이런 저런 풍광과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매력적인 여배우들의 모습이 남자로서 잠시 동안 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중간에 등장하는 맛있는 먹거리를 보며 군침을 흘리게 하는 건 보너스고 만화 원작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뽑아낸 연출도 좋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2015)

Sue, Mai & Sawa: Righting the Girl 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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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미노리카와 오사무
출연
시바사키 코우, 마키 요코, 테라지마 시노부, 소메타니 쇼타, 이우라 아라타
정보
드라마 | 일본 | 106 분 | 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