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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하철도의 꿈 - [리뷰] 모두가 원하는, 전쟁 없는 세상

효준선생 2015. 4. 2. 07:30

 

 

 

 

 

 

독일은 2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두 번 모두 패전국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웃 국가들에게 무시 못할 존재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런 밑바탕엔 자신들이 가해자였음을 깨끗하고 인정하고 정치 수반들은 수시로 자신들의 전세대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하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해왔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아시아의 섬나라 일본은 그러하지 못했고 지금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평화 헌법에 명시된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자기들 입으로 궤변을 늘어놓으며 바꾸려 하고 있으니 그들을 보는 주변국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불쌍한 마음을 거둘 수 없다.

 

 

 

종전 70년이 되는 해다. 전쟁의 포화가 그쳤지만 여전히 멍울은 안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엔 그들의 침략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일본인들에게도 상당한 상처를 입혔다. 그들이 바라보는, 일본에 의해 저질러진 전쟁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전쟁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해도 되는 것인지 그들에게 되려 묻고 싶어지는 영화 한 편이 공개되었다. 영화 은하철도의 꿈은 지금은 러시아 영토가 된, 소위 북방열도(러시아 입장에선 남 쿠릴열도)에 속하는 시코탄 섬 출신의 평범한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들이 어린 시절 겪었던 전쟁의 참상과 진주군이었던 소련 군과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 번 전쟁은 어떤 의미인가를 조명하고 있다.

 

 

이 영화의 애니메이션 기법만 보면 매우 훌륭하다. 여타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 색감과 구성, 캐릭터들 모두 그러하다. 문제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 의식이다. 만약 일본과 하등 관련이 없는 나라의 관객이 본다면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전쟁 드라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좀 따져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영화는 19457월부터 시작한다. 바로 우리가 광복이라 부르는 그 날로부터 한 달 전이다. 당시 일본에서 오지 중의 오지인 이 작은 섬마을에 울려 퍼지는 일본 왕의 항복 소식은 작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지만 교묘하게도 뒷 부분은 전파 장애로 확실하게 들려주지 않았다. 어른들의 다소 낙담한 표정으로 일본이 졌다는 분위기만 보여줄 뿐이다. 결코 망했다거나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비록 몇 달 뒤 미국이 아닌 소련이 진주하는 사태로 인해 그들은 약간의 혼란을 겪지만 아이러니 하게 소련은 그들에게 점령군이 아닌 애매한 이웃으로 그려진다. 사태의 심각성은 그 섬에 일본인 소개령이 떨어진 뒤에 야기될 뿐이고 아이들은 오히려 소련에서 온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눈에 정치인과 군인들이 저지른 전쟁은 위험한 일이지만 자기가 알고 있는 가족과 지인들이 무사하다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본토에 가서 몰래 물건을 바꿔 오는 삼촌하며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한 연정을 숨기지 않는 여선생까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쟁은 그들에게는 살 던 곳을 떠나거나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도의 불편함인가 싶기도 했다. 소련군으로 들어온 대장이 직접 산수 문제를 풀어주는 장면이나 그의 딸이 보여준 해맑은 미소들은 그래도 사해동포라는 단어를 슬며시 내밀고 싶어하는 일본 위정자들의 화해 청구서와 닮았다  

 

 

은하철도는 섬 소년으로서는 접해보지 못한 신 문물이자 철도 강국인 일본으로서는 전후 재건을 위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운송수단이다. 아이들이 수시로 꺼내 드는 기차 장난감과 종이 티켓들이 상징하는 것들은 답답하기만 당시를 벗어나 좀더 넓은 곳, 혹은 전쟁 없는 세상으로 가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나중에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 영화의 모티프도 실상이 아이들이 경전처럼 들고 다니던 미야자와 겐지의 책 한 권에서 시작한다.

 

 

이 영화는 그 당시를 시름겨워 하며 살았던 민초들의 아픔을 그림으로써 전쟁이란 얼마나 인간을 혹독하게, 또 마음 아프게 만드는 지를 보듬고 있다. 그렇게나 다시 돌아가보고 싶어 하던 고향이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코시탄 섬의 현재 모습과 일본이 이웃 나라들과 옥신각신하며 영토 분쟁을 하는 모습들이 겹친다. 평화란 일방이 주장하거나 선언한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다.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는 평화의 모습이 이 영화를 통해 바르게 투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은하철도의 꿈 (2015)

Giovanni's Island 
8.6
감독
니시쿠보 미즈호
출연
요코야마 코타, 이치무라 마사치카, 나카마 유키에, 야나기하라 카나코, 유스케 산타마리아
정보
애니메이션, 드라마 | 일본 | 102 분 | 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