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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춘의 증언 - [리뷰] 시대가 갉아먹은 화양연화

효준선생 2015. 4. 1. 07:30

 

 

 

 

 

 

 

1910 대를 살았던 영국 여성에게 자아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찍이 개명했던 그 곳에서도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기엔 무리가 있어 그저 좋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큰 목표라는 말까지 하는 걸 보니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영화 청춘의 증언은 그 당시 영국의 똑똑한 여성을 앞세워 시대가 그녀를 어떻게 흔들어댔고 그렇게 몸소 받아낸 아픔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실화를 통해 보여준 클래식 무비다 

 

 

시대라 했던 것은 그때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제 1차 세계 대전을 말한다. 남자들은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하고 어여쁜 처자가 결혼하는 걸 평균적인 삶으로 여기며 살았고 현모양처가 모범규수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 여긴 여성들에게도 큰 이탈은 없어 보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모든 걸 흔들어 놓았다. 마땅히 그러해야 했던 일들은 사라졌고 나라를 위해, 정의를 위해 전선으로 투입되는 걸 명예라 여겼다. 유럽의 제 국가들이 오랜 역사를 거치며 체득했던 경험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스러지는 건 민초의 목숨들이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를 따져 물을 필요는 최소한 이 영화에선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들이 그게 어필된다. 그 중에서도 역시 사랑이다. 그런데 그 사랑이 위태롭게 다가온다. 전쟁 앞에선 사랑조차 사치라는 말이 맞나 싶다.

 

 

어린 시절부터 죽마고우처럼 지냈던 4명의 친구들, 여주인공 베라는 남동생과 함께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며 미래를 함께 꿈꾸었다. 당시로서는 쉽지 않는 명문대로의 진학도, 죽음을 불사하며 간호요원으로 지원한 것도 모두가 그녀의 눈에 든 사랑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 같았던 전쟁은 그녀에게 불가항력의 거인과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이 다가왔지만 그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와 그리고 하나뿐인 남동생의 안위 만을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그리고 말미에 그녀가 내 뱉는 절규는 전쟁의 참상은 결고 이기는 자와 지는 자의 기쁨과 슬픔만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간단한 진실을 되짚어 본다.

 

 

청춘이 소중한 것은 그들이 앞으로 내보일 무궁무진한 잠재력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류의 질병을 고칠, 누군가는 인류의 평화를 이끌, 또 누군가는 지금까지 인류가 단 한번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수행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 삼켜버린 이들 청춘들의 이름엔 아무것도 붙지 않았다. 전몰용사라는 차가운 묘비명과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의관묘만 덩그러니 남은 그 공간은 남겨진 자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회한을 겨우 살아 남은 자들에겐 청춘 시절 꾸었던 꿈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수반된다.

 

 

이 영화는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 여성이 당시를 둘러싸고 있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질시, 그리고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된 상황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고도 하겠지만 내심 보편적인 소재가 아니었나 싶다. 명문대 여대생으로 상대적으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뒤로 하고 직접 후방 전선으로 간 그녀의 모습이 언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싸고 있는 껍질을 깨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몇 십 년 뒤 그녀가 겪었던 그 전쟁이 첫 번째 세계대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전쟁은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나쁜 것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엑스 마키나에서 적나라하게 몸매를 드러내며 인조인간으로 열연했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베라로 나와 그녀의 한 줄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또 한국에선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지만 이 영화 촬영 당시 풋풋한 신인에 불과했던 테런 에거튼의 해맑은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영화 엑스 마키나 리뷰 -> [세상 모든 것은 스스로 진화한다]

테런 에거튼의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리뷰 -> [영국 신사, 우산대신 총을 들다]

 

 

 

 

 


청춘의 증언 (2015)

Testament of Youth 
10
감독
제임스 켄트
출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킷 해링턴, 태런 애거튼, 콜린 모건, 헤일리 앳웰
정보
드라마 | 영국 | 129 분 | 2015-04-09